전 세계에 불어닥친 경기 침체 경고에 국제유가가 항복했다. 주요 산유국의 감산 소식과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의 원유 수송 협박에도 유가는 주저앉았다. 7일(현지시간) 뉴욕상업거래소(NYMEX)에서 거래된 서부텍사스산원유(WTI) 10월물 가격이 전 거래일보다 배럴당 5.69%(4.94달러) 하락한 81.94달러에 거래를 마쳤다. 종가 기준으로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한 달여 전인 지난 1월 11일 이후 가장 낮다.
같은 날 런던 ICE선물거래소 11월물 브렌트유도 배럴당 5.20%(4.83달러) 내린 88.0달러에 거래됐다. 브렌트유가 배럴당 90달러 선 아래로 내려간 것은 지난 2월 8일 이후 처음이라고 로이터통신이 전했다.
글로벌 경기 침체에 대한 두려움이 원유 시장을 덮었다고 석유 전문매체 오일프라이스닷컴은 분석했다. 경제 불황으로 원유 수요가 줄어들 것이라는 우려가 커진 탓이다.
런던 ICE선물거래소 11월물 브렌트유도 오후 7시40분 현재 배럴당 5.5% 급락한 87.75달러에 거래되고 있습니다.
우크라이나 전쟁 장기화에 따른 유럽발 침체 우려 속에 중국의 부진한 경제 지표까지 더해지면서 유가를 끌어내린 것으로 평가됩니다.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를 비롯한 각국 중앙은행의 긴축 행보로 세계 경제가 위축되고 있다. 중앙은행들의 가파른 금리 인상은 경제 성장세에 찬물을 끼얹고, 이는 원유 수요를 동반 위축시키는 결과를 가져온다.
이날 캐나다 중앙은행은 기준금리를 0.75%포인트 인상했다. 캐나다 임피리얼 상업은행(CIBC)은 보고서를 통해 캐나다 당국이 예상보다 크게 성장을 포기할 것 같다고 진단했다. 원유 중개업체 PVM의 스티븐 브레녹 애널리스트는 파이낸셜타임스(FT)에 "인플레이션 완화를 위한 기준금리 인상이 소비를 위축하면서 수요 감소 원인이 되는 경기 침체 우려가 커지고 있다"며 "석유수출국기구 플러스(OPEC+)의 감산 결정도 수요 감소의 신호로 해석된다"고 밝혔다.
유럽 경제는 천연가스를 무기로 내세우는 러시아로 인해 고전하고 있다. 최근 주요 7개국(G7) 재무장관회의에서 합의된 러시아산 원유에 가격상한제를 도입하는 방안에 대해 러시아가 강하게 반발하면서 가스 공급 중단 등 에너지 압박이 지속될 것으로 우려된다. 국제 신용평가사 피치는 러시아의 천연가스 공급이 중단되면 유로존(유로화 사용 19개국) 경기가 침체될 가능성이 높아질 것이라고 경고했다.
여기에 세계의 공장인 중국의 경제지표가 부진하게 나오면서 유가 하락세를 부채질했다. 중국의 지난달 수출 규모는 3149억2000만달러로 작년 같은 달보다 7.1% 증가했다. 이는 시장 예상치인 12.8%를 밑도는 수치다.
스튜어트 글리크먼 CFRA리서치 에너지팀장은 월스트리트저널(WSJ)에 "중국 경제에 급제동이 걸리면 예상 원유 수요의 상당량이 줄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유럽중앙은행(ECB)이 자이언트스텝 금리 인상에 나서면서 추가적인 금리 인상을 예고함에 따라 ECB의 유로존 경기 판단이 주목받고 있다.
ECB는 지난 7월 50bp 인상에 이어 8월에 75bp 금리 인상으로 본격적인 긴축 행보에 접어 들었지만 미 연방준비제도(Fed·연준)를 비롯한 다른 주요국보다 다소 늦게 금리 인상을 시작했다.
그러나 팬데믹과 더불어 러시아의 전쟁 여파로 유로존의 경제 여건이 악화되면서 경기 침체의 그림자는 점점 짙어지고 있다.
뉴욕타임스(NYT)는 8일(현지시간) ECB 통화정책 성명과 크리스틴 라가르드 총재 기자회견에서 5가지 주목할 점을 꼽았다.
주된 내용은 ▲추가 금리 인상 예고 ▲인플레이션 전망치 상향 ▲유로존 경제 침체 가능성 ▲정말 어두운 경제 시나리오 ▲ECB 만기도래한 채권 재투자 지속 ▲금융시장 하락 등이 지목됐다.
ECB는 경기 침체 우려 속에서 금리 인상을 지속하겠다는 의지를 보였다.
ECB는 성명문에서 "인플레이션이 너무 높기 때문에 금리를 더 인상할 것으로 예상한다"며 "ECB의 향후 정책 결정은 데이터 의존적일 것"이라고 언급했다.
향후 매 회의가 열리는 시기마다 나올 인플레이션 수치와 고용 지표, 경제 전망 등이 다음 금리인상 스텝을 결정하는데 중요한 변수가 될 것임을 ECB는 강조했다.
ECB의 인플레이션 전망치가 상당 수준으로 높아진 점도 주목할 부분이다.
ECB는 유로존의 평균 인플레이션율을 2022년 8.1%, 2023년 5.5%, 2024년 2.3%로 예상했다.
향후 2년 동안 인플레이션이 ECB의 목표치인 2%를 크게 웃도는 수준으로 상승할 것이라는 점을 강하게 시사했다.
이날 가장 시선을 끈 대목은 유로존의 경기 침체에 대한 ECB의 전망이다.
ECB는 유로존 경제가 올해 말과 내년 1분기에 걸쳐 경기가 정체되는(Stagnate) 불황을 보일 것으로 예상했다.
유로존의 경제 성장률은 올해 3.1%, 2023년에 0.9%, 2024년에 1.9%로 예상했다.
경제 성장률 전망치를 하향 조정했으나 마이너스 성장이 전망치에 없었다.
하지만 라가르드 ECB 총재는 기자회견에서 내년에 경기 침체를 불러올 수 있는 '정말 어두운 하방 시나리오'를 언급했다.
라가르드 총재는 "기본적으로는 내년에 역성장을 전망하지는 않지만 다운사이드 시나리오는 러시아의 모든 가스 공급이 중단될 경우를 가정한다"며 유로 전지역에 배급이 예상되고, 다른 대체 공급원이 없을 경우 정말 어두운 하방 시나리오는 2023년에 경기 침체로 끝나는 시나리오라고 설명했다.
아울러 이런 부정적인 경제 여건 속에서도 ECB는 만기가 된 채권을 재투자하겠다는 계획을 유지했다.
이는 금리 인상을 지속하면서도 다른 한 편으로는 여전히 경기를 부양하고 있는 정책 기조를 시사한다.
미 연준이 만기가 된 채권을 재투자하지 않음으로써 대차대조표를 줄여가고 있는 것과 다른 행보다.
라가르드 총재는 이날 미국과 유럽은 경제 여건이 다르다는 것을 강조했다.
그는 "유럽과 미국을 비교하면 미국은 수요가 인플레이션을 크게 견인하고, 유럽은 공급 요인이 견인한다"며 고용시장도, 금리 인상을 시작한 상황도 달랐다고 설명했다.
금융시장은 라가르드 총재의 발언에 부진한 흐름을 보였다.
ECB는 이날 통화정책방향에서 "물가상승률이 너무 높은 수준에 머물고, 예상보다 긴 기간 목표치인 2% 이상을 유지할 것으로 보이는 데 따른 결정으로, 앞으로도 추가적 금리인상이 이뤄질 것"이라고 말했다.
유로존(유로화 사용 19개국)의 지난달 소비자물가는 1년 전보다 9.1% 뛰어 1997년 관련 통계 집계 개시 이후 최고치를 경신했다. 프랑스나 독일 등은 6∼8% 상승하는 데 그쳤지만 라트비아, 에스토니아, 리투아니아 등 발트 3국에서는 20% 넘게 치솟았다.
ECB는 "현재 평가에 기반하면 차기 몇차례 통화정책회의에 걸쳐 기준금리를 더욱 인상해야 할 것으로 전망한다"면서 "이를 통해 인상요구를 약화하고 기대 인플레이션의 지속적 상방위험을 제어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ECB는 정기적으로 새로 들어오는 정보와 인플레이션 전망치에 기반해 정책금리 경로를 재평가할 것"이라며 "향후 정책금리 결정은 계속해서 회의 때마다 데이터에 기반해 정해질 것"이라고 덧붙였다.
ECB는 "에너지와 식료품가격 급등, 다시 문을 연 일부부문의 수요압박, 공급망 차질이 물가상승세를 가속화하고 있다"며 "물가 압박은 경제 전반으로 확산하고 강화돼 물가상승률은 단기적으로 더욱 치솟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퓨처플레이 전략기획팀이 경기 혼란 가능성을 감지한 것은 2021년 10월 즈음이다. 탈중앙화 금융인 다파이(DeFi)와 블록체인·웹3 등에 대한 리서치를 진행하면서다. 팬데믹(감염병의 세계적 유행)으로 인한 달러의 당황스러운 양적 완화가 그 신호였다. 현대 자본주의는 기축 통화가 1년 만에 2배 가까이 늘어나는 상황을 겪어 본 적이 없다. 시장에 달러가 한꺼번에 늘어났다면 달러의 가치가 떨어져야 한다. 즉 다른 상품들의 가격이 올라야 한다. 하지만 달러의 가치는 변동이 없었다. 양적 완화의 영향이 뒤늦게 나타나면 뭔가 혼란이 오겠구나 생각했다. 7개월이 지나고 혼란이 시작됐다.
우리는 경기 침체를 처음 겪지 않는다. 필자 생애에만 걸프전, 국제통화기금(IMF) 경제 위기, 닷컴 버블, 신용카드 대란, 서브프라임 모기지(비우량 주택 담보 대출) 부실 사태 등 최소 대여섯 차례다. 대여섯 번의 경기 침체를 겪었지만 우리는 계속 우울하게 살지 않는다. 그간의 경기 침체는 길어봤자 18개월 유지되고 사람들은 그리고 사회는 과거를 잊고 다시 뽐내기 시작한다. 패턴상으로 이런 호시절은 50개월 이상 유지된다.
신냉전과 기후 변화, 길고 긴 경기 침체의 시작
사실 벤처캐피털업계는 전통적으로 침체의 타격을 타 시장보다 훨씬 덜 받는 영역이다. 1970년대부터의 짧은 역사에서 봤을때 경기 침체 시에도 벤처 투자는 활발히 이뤄졌다. 오히려 침체기에 드롭박스·인스타그램 등 놀라운 성공 기업들이 한꺼번에 탄생했다. 침체기에는 대부분의 벤처캐피털들이 기업공개(IPO) 시장에서의 평가를 최대한 늦추려는 의도로, 더 초기 투자 쪽으로 몰리는 경향이 있다. 아마도 여기에 기인해 더 많은 혁신 기업들이 탄력을 받아 성장할 수 있었던 게 아닌가 싶다.
경기 침체의 근원은 인간의 과욕, 시장에 대한 과신에 있다. 대부분 양적 완화는 경기 침체의 해결책이지 근원이 아니다. 인류는 항상 진화하고 신기술로 삶이 더 윤택해진다. 시장은 항상 성장한다. 하지만 사람들의 확증 편향과 욕심은 실질 성장 이상의 자본 성장을 만들어 내고 과욕과 과신은 버블을 만든다. 그리고 이번 버블은 2022년 5월 터졌다.
시작은 루나·테라 사태였다. 루나·테라 사태는 암호화폐에 대한 믿음을 붕괴시켰다. 사실 벤처캐피털탈리스트로서 암호화폐의 버블을 더 잘 알아차렸어야만 했다. 부끄럽지만 필자도 그렇지 못했다. 이더리움에 물렸다.
필자는 대략 암호화폐의 80%는 폰지 사기라고 본다. 디파이는 더 무법지대다. 금융위원회에 등록된 거래소를 통해서도 시장 조종자(MM : Market Making)라는 개념이 성행하는데 사각지대에서는 말할 것도 없다. 이를 통해 우리는 규제와 단속의 순기능을 확인할 수 있었다.
이후 주식 시장도 함께 반응했다. 코로나19 기간 이상할 만큼 폭등한 주식 시장은 암호화폐 시장의 폭락과 함께 함께 쭉 빠졌다. 그동안 정말 너무 올라 예상하기는 했었지만 그 트리거가 암호화폐와 디파이일 것이라고 예상한 사람들은 많지 않았을 것이다.
이제 큰 문제가 나타난다. 이럴 때 정부가 쓸 수 있는 카드는 두 가지다. 양적 완화와 금리 인하다. 그런데 이 두 개 카드 모두 2020년과 2021년에 써 버렸다. 어떤 패도 남지 않은 상태에서 양적 완화와 금리 인하의 역효과로 급격한 물가 상승마저 맞게 돼 스태그플레이션이라는 초고난도의 게임을 시작한 것이다.
결론부터 얘기하면 이번 경기 침체는 금방 회복되지 않을 것이다. 이번에는 인류가 처음 겪어 보는 3개의 이벤트가 한꺼번에 겹쳐 버렸다.
먼저 코로나19 사태다. 20세기 이후 모든 사람들이 항시 마스크를 쓰고 다닐 만큼의 보건 위험을 우리는 처음 겪었다. 거의 모든 국가는 단기 경기 부양을 위해 금리 인하와 양적 완화를 동시에 시행했다. 특히 양적 완화는 서브프라임 모기지 시절의 그것을 월등히 넘어서는 규모다. 코로나19 사태는 또한 공급망을 마비시켰는데 신기하게도 오히려 엔데믹(주기적 유행) 이후 수요 폭발과 인력 부족으로 공급망이 더 악화됐다.
둘째, 새로운 냉전이다. 국제 경제 시스템이 지금보다 더 얽혀 있던 적은 없다. 나비 효과다.
마지막으로 기후 변화다. 이건 정말 처음이다. 우리는 더 이상 원래 에너지를 생산하던 방식으로 에너지를 생산해서는 안 되고 원래 식량을 생산하던 방식으로는 충분한 식량을 만들어 내지 못한다.
아무도 겪어 보지 못한 규모의 ‘농업 위기’
이는 이미 너무 분명한 시그널로 나타나고 있다. 한국 소비자 물가지수는 IMF 관리체제 이후 최고치를 경신했다. 전 세계적으로 에너지와 식료품의 가격이 오르지 않은 국가는 없다. 지금은 모든 정부가 나서 억제하고 있지만 이미 스리랑카처럼 억제에 실패한 나라들이 튀어나오고 있다. 문제는 이것이 금방 끝나지 않을 것이란 점이다. 예전 배추 파동으로 배추 값이 폭등했던 것과는 다른 차원이다. 한국의 식량 자급률은 20% 미만이다. 에너지 자급률은 16%대다. 식량과 에너지 무기화는 이미 이뤄고 있다.
아쉽지만 앞으로 우리의 삶은 녹록하지 않을 것이다. 인류가 처음 겪어 보는 이번 사태를 현명하게 준비하기 위해서는 푸드와 에너지에 집중해야 한다.
출처: 매일경제, mbc뉴스, 연합인포맥스, 매거진환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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