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2일 오후 7시 무렵 광주광역시 북구의 전통시장인 말바우시장에 자리한 M민물장어 식당. 초저녁임에도 불구하고 50여평 규모의 식당 안에는 손님들로 가득 차 있다.
직장인으로 보이는 40∼50대가 손님의 주류를 차지하고 있고, 연세 지긋한 어르신들, 젊은 대학생도 몇몇이 눈에 띈다.
식당 대표를 포함해 3명이 넓은 홀을 담당하며 각 테이블을 바삐 오가면서 장어를 구어준다.
장어 1㎏에 5만9000원이라는 다소 싸지 않은 가격이지만 매일 저녁 이 식당에 애주가들이 몰리는 이유가 있다. 바로 저렴한 술값 때문이다.
이곳에서 주류 판매가격은 소주와 맥주 모두 2000원이다. 통상적으로 일반 음식점에서 4000원 내지 5000원을 받는 것과 비교하며 반값수준이다.
50대 중반의 친구들 9명이 모임을 가졌다는 한 무리의 계산서를 살펴보니, 소주와 맥주를 모두 18병 마셨는데 술값은 겨우 3만6000원에 불과했다. 병당 5000원을 받는 일반 음식점이었다면 술값으로만 무려 9만원을 결제해야 한다.
모임의 총무를 맡고 있다는 안재오씨(55)는 "운동을 하는 친구들이 많아 술 먹는 양이 상당해 매월 모임은 모두 말바우시장에서만 갖고 있다"면서 "다른 지역 식당에 가면 술값을 감당하기가 힘들다"고 웃음지었다.
말바우시장 내부에 자리한 횟집거리 역시 소줏값은 2000원만 받고 있다.
대학생들에게 특히 인기가 많은 D횟집도 1층과 2층에 자리한 20여개 테이블(4인 기준)이 모두 꽉 차 있다.
이곳 역시 손님들이 북적이는 가장 큰 이유는 '가성비' 때문이다.
친구들과 함께 왔다는 대학생 채모씨(25)는 "회 한접시에 1만5000원 정도를 받는데다 소주 한병 가격이 2000원에 불과하기 때문에 주머니가 가벼운 대학생들에게 가장 인기 있는 회식장소"라고 전했다.
이 횟집을 포함해 말바우시장에 자리한 예닐곱개 횟집들 모두 소주 1병에 2000원을 받고 있다.
지난해 소주값이 오른 데 이어 올해도 인상을 예고한 상황이지만 '소줏값 2000원' 방침은 변함없다는 입장이다.
고물가 시대에 말바우시장 내 식당들이 소주와 맥주를 공급원가에 불과한 가격에 팔면서도 생존할 수 있는 비결은 뭘까?
음식업계에 따르면 식당 등 음식점에 들어오는 주류 도매가격은 소주는 병당 1700원, 맥주는 1950원 정도다.
일반 식당의 경우 병당 4000원에서 5000원을 받아야 술값에서 인건비 등을 충당할 수 있다고 말한다. 특히 오른 식재료 가격을 파는 음식에 반영하기 힘들기 때문에 대부분의 수익을 술값에서 내는 상황이다.
반면 말바우시장 내 식당가에서는 여전히 2000원을 고수하면서도 맛과 박리다매 전략으로 매출을 유지하고 있다.
불과 4∼5년 전까지만 해도 소주는 1병에 1000원을 받으면서 낮시간대는 어르신들의 사랑방 역할을, 저녁시간에는 직장인들과 대학생들의 회식장소로 선호하는 장소로 자리매김했다.
조만간 또다시 소주와 맥주 가격 인상 이야기가 나오고 있지만 이들 식당가는 가격을 올리지 않겠다는 입장이 굳건하다.
M민물장어식당 사장은 "앞으로 소주와 맥주 가격이 오르면 자칫 손해 보고 팔 수도 있겠지만 가격을 올리지 않고 2000원을 유지하면서도 식당을 유지할 수 있는 전략은 다양하다"고 자신했다.
소주·맥주 19병 마셨는데 3만6000원
지난 22일 오후 7시쯤 말바우시장 내 M 음식점. 평일 이른 시간인데도 17개 테이블은 손님이 빼곡했다. 이 식당은 장어 1kg에 5만9000원으로 비싼 편이지만 늘 붐빈다. 50대 중반으로 보이는 남성 9명이 모임을 마치고 계산한 금액을 보니 술값만 3만6000원이다. 이들이 마신 소주·맥주는 모두 19병이었다. 평균 소줏값(5000원)으로 계산한다면 9만 5000원을 냈어야 했다. 이곳 소주·맥주·음료수 값은 모두 2000원이다. 이 일대 몇몇 음식점은 소줏값을 1000원 받다가 약 4년전 2000원으로 올렸다고 한다.
인근 D 횟집은 약간 차이가 있다. 소줏값이 2000원이지만 맥주는 3000원, 음료수 1000원이다. 말바우식당 이들 음식점은 대학생에게 ‘가성비 맛집’으로 소문났다. 대학생 김모씨는 “회 가격도 한 접시에 1만5000원이어서 친구들과 자주 찾는다”고 말했다. 다른 테이블에 직장인 박모씨는 “내 월급 빼고 다 오르는 고물가 시대 2000원 소주는 ‘사막의 오아시스’와도 같다”라고 했다.
업계에 따르면 이들 음식점이 사오는 소주와 맥주 도매가격은 각각 1700원과 1950원이다. 상당수 음식점은 요즘 식재료값이 올라 음식값은 올리지 않고 주류에서 인건비와 관리비 등을 충당한다고 한다. 말바우시장 내 음식점 측은 "우리는 박리다매 전략으로 매출을 유지한다"라고 말했다. 말바우시장 내 서너곳은 최근 각종 물가 인상 여파를 견디지 못하고 소줏값을 2500원~3000원으로 인상했다.
가족경영이 버티는 노하우
주류 가격을 올리지 않고 버티는 노하우 가운데 하나는 가족경영이었다. D 횟집 대표 이충열(60) 씨는 “동생이 사장으로 있고 일하는 사람 모두 가족이라 2000원을 고수할 수 있다. 시장을 찾는 저소득층, 인근 대학교 대학생들 모두 주머니 사정이 좋지 않아 값을 올리기가 쉽지 않다”며 “경기 침체 속에서 손님들이 돈 걱정 않고 술을 마셨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다시 정상을 회복했다고요? 아이고 모르는 소리, 지난해 추석과 비교해 손님이 절반 수준밖에 안 됩니다."
이달 초 시장 주변 지역 코로나19 확산으로 손님의 발길이 뚝 끊겼던 광주 북구 말바우 시장을 추석 명절을 일주일여 앞둔 24일 다시 찾았다.
대목장답게 시장 곳곳은 야채 한 줌이라도 더 팔아보려는 상인들의 손짓과 1천원이라도 깎아보려는 손님들의 목소리로 활기를 띠었다.
지난 12일 장날 이틀간의 방역을 위한 폐쇄 끝에 다시 문을 연 이곳 말바우시장은 사실상 '개점 휴업' 상태였다.
주변 식당 등에서 연이어 코로나19 추가 확진자가 나오면서 상인들은 코로나19 검사를 받고 나서 '음성' 결과를 표찰로 만들어 목에 거는 눈물겨운 노력을 펼쳤지만, 손님들이 좀처럼 찾지 않았다.
10여일 지난 후 시장은 몰라보게 달라진 모습이었다.
추가 확진자가 나오지 않자, 손님들은 다시 명절 장을 보기 위해 시장을 찾으면서 멈춰선 방앗간은 바쁘게 참깨를 볶는 구수한 냄새를 풍겼고, 고기를 써는 정육점 상인의 손은 바빠졌다.
식당에서 확진자가 나왔다는 소식에 찾는 이가 한 명 없어 반찬 장사로 업종을 바꿨던 국밥집도 다시 국밥 한 그릇에 소주잔을 기울이는 손님들이 한자리씩을 차지하고 앉기 시작했다.
상인들은 두 번의 장날을 치르고 더는 추가 확진자가 나오지 않자 자신감 있게 가게 앞에 내걸거나, 목에 건 '음성' 표찰을 떼버렸다.
그러나 혹시 모를 가능성에 대비해 오전, 오후 방역·소독은 게을리하지 않았다.
상인들의 눈물겨운 노력으로 손님들은 점차 늘어나 명절 분위기를 느낄 수준은 됐지만, 정상 회복까진 갈 길이 멀었다.
손님들이 지난해보다 훨씬 줄었고, 코로나19 확산을 방지하기 위해 고향을 찾지 말자는 당부 때문인지 손님별로 제수품 구매 양이 훨씬 줄었다.
한 상인은 "명절을 며칠 앞둔 이맘때쯤이면 손님들이 밀고 들어올 만큼 북적거려야 하지만, 올해는 지난해 절반 수준이다"며 "대목 때 매출을 올리지 못하면 가게를 닫아야 할지도 모른다"고 소상공인의 어려움을 토로했다.
시골에서 직접 캐온 채소를 좌판에 놓고 파는 노령의 할머니는 "좀 깎아달라"는 손님의 요청에 고추 한 주먹을 더 얹어주며 "코로나 때문에 장사 안되는 처지 봐서 제값 쳐달라"고 말하며 주름진 손을 내밀었다.
출처: 뉴스1, 중앙일보,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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