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020년 6월, 당시 21세였던 고아무개(24)씨는 5달째 전셋집을 알아보고 있었다. 대학에 진학하지 않고 곧바로 취업한 딸의 독립이 못내 아쉬운 아버지를 설득해 수십 개의 매물을 보러 다니던 중이었다.
<오마이뉴스>와 지난 15일 인천 미추홀구 인근에서 만난 고씨는 "집을 보러 다닐 때 공인중개사 보조인과 함께 다녔는데, 아버지는 직접 전화통화까지 하면서 '저는 바빠서 가질 못하니, 신경 써달라'고 부탁하기도 했다"고 그 당시 상황을 설명했다.
걱정하는 아버지께 보조인은 '빚 없이 깨끗한 집'이라 강조하며 부동산 등기부등본과 전세계약서 등을 실시간 전송했고, 서류를 확인한 아버지도 마침내 계약을 허락했다. 보조인의 말처럼, 등기상으론 임대인이었던 김아무개(가명)씨가 과거 이 집을 사들인 시점인 2011년 이미 근저당 설정이 말소돼 있었다. 해당 주택과 관련한 빚은 아무것도 없었다는 뜻이다.
고씨는 "집에서 회사까지 꽤 멀어 출퇴근하기 힘들었는데, 2년 반 동안 틈틈이 저축해 1400만 원을 모아둔 상태였다"며 "처음에는 월세를 생각했는데, 아버지께서 전세를 구해보라 하셔서 전세 매물만 찾아다녔다"고 했다.
그러던 중 그는 인천 미추홀구에 있는 41㎡ 규모 전셋집을 발견했고, 당시 1%대 금리의 중소기업 청년 전세자금대출을 통해 1억 원을 대출받아 보증금 1억 1400만 원에 계약을 체결했다.
임대인 바뀌었지만, "문제 없다" 은행 말에 안심한 세입자
고씨는 "그때는 전세 매물이 귀한 때였다"며 "만나는 중개사마다 '전세 매물은 나오자마자 바로 나간다' '집도 안 보고 계약하는 분들도 있다, 빨리 계약해야 한다'고 말해서 마음도 조급했다"고 말했다. 이어 "지하철역과 가깝고, 공동 현관도 있어 혼자 살기 안전해보였다"며 "둘러본 집 중 가장 괜찮아보여 계약하게 됐다"고 덧붙였다.
공인중개사사무소에서 만난 집주인도 평범해보였다. 고씨는 "신혼집으로 살다 애들이 커서 본인들은 이사를 가고, 전세를 내놨다는 설명을 들었다"고 했다. 이후 2020년 7월 1일 고씨는 잔금을 치른 뒤 입주했고, 3일 뒤 예상치 못한 이야기를 듣게 됐다. 그는 "'리파인'이라는 부동산권리조사 업체에서 문자메시지가 왔는데, 임대인이 '대성하우징'이라는 법인으로 변경됐다는 내용이었다"고 말했다.
걱정이 됐던 고씨는 곧바로 전세대출을 진행한 은행에 전화를 걸어 "임대인이 바꿨는데 혹시 뭔가 추가로 해야할 일이 없는지" 물었지만, 돌아온 대답은 "아무것도 없다"였다. 임대인이 바뀌어도 전세계약은 그대로 승계돼 문제될 것이 없다는 설명을 들은 고씨는 안심하고 새 계약서를 쓰지 않은 채 생활을 이어나갔다.
새 임대인은 전셋집에 문제가 생길 때마다 적극적으로 해결해주기도 했다. 고씨는 "입주한 지 한 달 만에 변기가 고장나 임대인에게 이를 알렸고, 곧바로 수리비를 받았다"며 "6개월쯤 살다 보일러도 고장났는데, 수리비를 바로 받을 수 있었다"고 말했다. 여느 임대인과 다르지 않은 평범한 모습이었다.
고씨가 1억1400만 원의 전세금을 돌려받을 수 없다는 사실을 알게 된 시점은 계약한지 2년이 지나 계약 갱신을 요청한 때였다. 그의 말이다.
"만기 3달 전에 제가 '혹시 계약을 갱신할 수 있느냐'고 물었더니, 임대인이 '보증금 5% 증액으로 가능하다'고 하더라고요. 저희 집 근처 공인중개사사무소에서 만나자고 해서, 제가 부동산을 정해 전화로 먼저 물어봤어요. 그런데 (2022년) 7월 4일 계약 당일 사무소에서 전화가 왔는데, '이 집에 압류가 걸려있어 5%를 증액하면 전세가가 매매가보다 높아지기 때문에 우리는 계약서를 써줄 수 없다'고 하면서 집주인이랑 다시 얘기해보라 하더라고요. 그런데 이상하게 그때부터 임대인이 전화도 안 받고, 문자메시지에 답변도 없었습니다."
변기·보일러 수리도 해줬는데...2년 뒤 돌변한 김대성
연락이 두절된 임대인은 서류상으론 '대성하우징' 법인이었지만, 실질적으로는 그 회사의 대표 '김대성'이었다. 수도권 일대에 있는 1139채의 빌라를 갭투자(전세를 낀 매매) 등 형태로 사들인 뒤 임대사업에 이용하다 2022년 10월 사망한 이른바 '빌라왕' 고 김대성씨다.
고씨는 "아무런 답이 없어 이틀 뒤 제가 '집 빼겠다, 보증금 돌려달라'고 했더니, 김씨가 '(본인은) 종합부동산세가 많이 미납돼 곧 신용불량자가 될 것'이라는 내용으로 문자메시지 답변을 보냈다"며 "다른 피해자들도 똑같은 문자메시지를 받은 것으로 안다"고 했다. 전세보증금을 돌려줄 수 없다는 얘기였다.
당황한 고씨는 2년 전 계약 당시 주택도시보증공사(HUG)의 전세반환보증보험에 가입했다는 사실을 떠올렸고, HUG 콜센터에 전화를 걸어 상황을 설명했다. 안내받은대로 전세 계약 해지 관련 내용증명서를 보내고, 임차권 등기 명령 설정까지 마친 고씨는 이후 황당한 사실을 알게 됐다.
"은행에도 물어봤더니, HUG 보증보험 이행 청구를 하라고 하더라고요. 그래서 서류를 다 찾아 지난해 8월 중순쯤 서울 여의도 전경련회관에 있는 HUG 센터를 찾아갔습니다. HUG에서 서류를 딱 보더니, '만기 1개월 전에 전세 계약을 해지한다는 문자메시지를 보냈어야 보증보험 이행 청구가 가능하다'고 하는 거에요. 그런데 저는 원래 계약을 연장하려고 했던 거여서 그런 문자메시지는 아예 보내지 않았거든요."
뒤늦게라도 시도해보라는 말에 고씨는 HUG가 알려준 양식에 맞춰 김씨에게 문자메시지를 보냈고, HUG는 김씨의 주민등록등본까지 확인한 뒤 이행 청구 절차를 밟으려 했다. 하지만 이미 시일이 지나 이행 청구 자체가 불가능했고, 고씨는 이런 지난한 과정을 거쳐 결국 HUG를 통해서도 전세금을 돌려받기 어렵다는 것을 알게 됐다. 이후 은행 측 안내에 따라 전세대출을 2개월이라도 연장해보려 HUG 보증보험 갱신을 알아보던 중 고씨는 더욱 어이없는 사실을 접했다.
그는 "HUG 인천지사에 찾아가 보증보험 갱신은 어떻게 하느냐 물었더니, 법인의 경우에는 갱신이 안 된다는 얘기를 들었다"며 "원래는 임대인이 법인일 경우 보증보험 가입 자체가 안 된다는 것이었다"고 말했다.
보증보험 불가능했는데...은행도, HUG도 알려주지 않았다
첫 계약 당시에는 임대인이 개인이었기 때문에 HUG 보증보험 가입이 가능했지만, 3일 뒤에는 임대인이 법인으로 바뀌어 보증보험도 해지돼야 했다. 하지만 이런 장치는 작동하지 않았고, 전세 계약 당사자인 고씨에게 이런 정보를 알려준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그러던 중 지난해 10월 임대인 김대성씨가 사망하면서 고씨가 전세금을 돌려받을 길은 안갯속에 갇혀버렸다.
고씨는 "임대인이 김대성씨의 법인으로 변경됐을 때 이런 사실을 알았다면 좀 더 빨리 전세 계약 해지를 통보했을 것"이라며 "대출금이 1억 원인데, 당장 상환할 여건이 되지 않아 지금도 대출이 연체되고 있다"고 털어놨다.
전세대출 외에는 아무런 빚도 지지 않았던 고씨. 그의 신용점수는 844점에서 200점까지 떨어졌고, 신용카드도 모두 정지됐다. 온전히 전세대출 연체 탓이다. 고정금리였던 대출이자는 연체로 인해 변동금리로 바뀌었고, 매월 내고 있는 이자액은 10만 원에서 45만 원으로 훌쩍 뛰었다. 원금에 대한 상환은 아직 시작하지도 않은 상태다.
집이 경매로 넘어가는 과정에서 경매에 뛰어들어 낙찰받는다 해도 고씨가 손에 쥘 수 있는 돈은 0원에 가깝다. 사망한 김대성씨의 종부세와 양도세 등 체납액이 무려 63억 원에 이르는데, 경매 시 종부세 등 당해세(부동산 자체에 부과된 세금과 가산금)가 무조건 주택임차보증금보다 선순위라서다. 향후 다른 사람이 거주하고 소유하게 될 집에 대한 1억 원을 고씨가 온전히 갚아야만 하는 구조다.
2023년 1월, 고씨는 HUG가 법인 임대인 관련 임차인에 대해서도 보증보험을 연장해주기만을 기다리고 있다. 그는 "법인도 대출을 연장해주겠다는 말이 나오는데, 이 부분이라도 해결되면 마음이라도 편하지 않을까 한다"며 "조금이라도 대출이 연장된다면 그 기간 동안 이자 부담이라도 줄일 수 있다. 집이 경매에 넘어가는 동안 마음 편하게 기다릴 수 있다"고 담담하게 말했다.
개인 파산·회생도 알아봤지만 모두 불가능했다. 고씨는 "5군데에 전화를 돌려봤는데, 파산은 나이가 어려서 안 된다고 했다. 경제활동이 아예 불가능해야 파산 신청을 할 수 있는데, 그렇지 않아서다"라며 "또한 개인 회생도 저와 HUG가 채권 양수도계약을 맺었기 때문에, 전세금 1억 원을 완전히 제가 갚아야 가능한 상황이 됐다"라고 했다. 그가 20살 때부터 착실히 모아온 종잣돈 1400만 원도 흔적 없이 사라지게 됐다. 고씨의 말이다.
김씨는 자신이 이미 60여억원어치의 세금을 체납하고 있다며, A씨가 전세보증금을 한 푼도 못 받게 될 수 있다고도 경고했다. 경매 구조상 집이 팔리면, 나라가 먼저 밀린 세금을 징수한 나머지에서 임차인이 보증금을 되찾을 수 있기 때문이다.
이런 상황 속에서도 A씨는 주택도시보증공사(HUG)의 '전세보증금 반환보증보험'에 가입하지 못했다. 계약 당시엔 '보험 가입이 가능한 집'이라고 해 계약했지만 나중에 HUG를 통해 확인해보니 가입이 어려운 매물이었기 때문이다. 마음이 급해진 A씨는 부동산 강제경매를 신청했고 경매는 4개월째 진행 중이다.
최근 언론을 통해 보도된 '빌라왕 사태'의 피해 사례 중 하나다. 김씨는 서울·수도권에서 부동산 1139채를 사들인 후 전세 계약을 맺고 있던 세입자들에게 보증금을 돌려주지 않은 채 사망했다. 이로 인한 피해자는 약 1100여명에 이른다.
"62억 체납 탓에 보증금 못 들려 받을 수도"
김씨에 의해 전세 사기 피해를 입은 피해자들이 27일 오전 세종시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정부에 피해자 구제를 촉구했다.
이날 피해자들은 특히 보증보험에 가입하지 못한 이들이 '무잉여기각'으로 전세금 모두를 잃지 않도록 예외조항을 신설해달라고 요구했다. 무잉여기각이란, 부동산 순위상 경매를 신청한 채권자에게 돌아갈 잉여금이 있어야 경매를 진행하는 원칙을 가리키는 말이다. 배당액이 없을 때는 법원이 직권으로 경매를 취소시킨다.
현재 피해자 약 1100여명 중 전세보증금 반환보증보험에 가입한 이들은 614명. 보증보험이 없는 피해자도 약 절반에 이르는 상황이다. 대위변제(HUG가 세입자에게 먼저 보증금을 돌려주고 나중에 임대인에게 회수)를 받을 수 없는 피해자들로선 직접 경매를 진행할 수밖에 없는 상황. 하지만 김씨의 체납액이 62억원에 이르는 탓에 보증금을 한 푼도 돌려받지 못하는 세입자가 나올 수 있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부동산 시장 상황마저 좋지 않아, 경·공매를 진행해도 피해자들은 보증금 값을 돌려받지 못할 가능성이 크다. 이로 인해 울며 겨자먹기로 직접 부동산 매수에 나선 피해자들도 적지 않다. 임차인이 경매시장에서 부동산을 직접 매수할 때는 낙찰가에서 이미 낸 보증금을 뺀 나머지만 추가로 납부하도록 하는 '보증금 상계'가 인정된다.
하지만 공매에선 상계가 불가능하다. 낙찰가 만큼의 돈이 있어야 매수할 수 있는 셈이다. 이와 관련해 피해자들은 제도를 보완해 임차인에게 낙찰받을 권리를 지켜달라고 촉구했다.
피해자들은 또 임차인이 거주하던 부동산을 어쩔 수 없이 낙찰받게 되는 만큼, 생애최초 주택구입 혜택을 인정해달라거나 전세자금대출을 주택담보대출로 전환할 때 낮은 이율을 적용해달라는 등을 요구했다.
이날 기자회견 자리에선 보증보험은 가입했으나 '빌라왕' 김씨 사망으로 대위변제에 절차상 어려움을 겪고 있는 피해자나 김씨의 법인과 계약을 맺은 피해자 등 각기 다른 상황에 놓인 피해자들이 한 자리에 모여 정부의 대책 마련을 촉구했다.
제2, 제3의 빌라왕 더 있다
한편 정부는 최근 전세 사기를 당한 임차인들을 대상으로 설명회를 개최하고 대출 지원이나 긴급 거처 제공 등의 방안을 내놓았다. 전세피해지원센터도 확대 설치하겠다고 밝혔다.
그럼에도 빌라왕 사태의 여파는 잦아들지 않는 모양새다. 빌라왕 사태와 유사한, 소위 제2, 제3 빌라왕 사례도 속속 드러나고 있다. 이날 피해자들은 인천에서 빌라·오피스텔 수십 채를 보유하다 숨진 송아무개씨와 지난 2021년 240가구를 대상으로 전세 사기를 저지른 뒤 숨진 정아무개씨 사례를 공개했다.
일명 '빌라왕' 사건이 사회문제로 떠오르면서 전세사기 피해 임차인들을 위한 지원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은행권은 최장 4년까지 대출을 연장해주고 최대 1억6000만원까지 최저 연 1% 금리로 빌려주는 대출 상품 취급을 확대한다.
25일 은행권에 따르면 주요 은행은 전세대출 중 주택도시보증(HUG) 상품에 대해 임대인(집주인)이 사망했을 경우 관련 서류를 제출받아 전세자금대출 특약 보증을 4년 이내에서 보증신청인이 신청하는 기간만큼 연장해주고 있다.
빌라왕 사건처럼 임대인이 사망했을 경우 전세 계약이 유효한지에 대한 해석이 불분명해 전세자금 대출 연장 업무지침이 은행마다 달랐는데, 이번에 HUG가 보증을 최장 4년까지 연장해주기로 하면서 은행들도 보증기간 연장에 맞춰 대출 만기도 연장해주기로 한 것이다.
HUG 보증 전세대출을 취급하는 신한은행, 하나은행, 우리은행, NH농협은행, IBK기업은행 등이다. 해당 은행들은 이미 최장 4년까지 횟수 제한 없이 분할연장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KB국민은행은 전산 개발을 마치는 대로 2월 중 시행한다는 방침이다.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전체 전세보증금반환보증 규모에서 HUG가 차지하는 비중은 2021년 말 기준 93%에 달한다. 금융권에 따르면 주택금융공사 등 보증상품의 경우 임대인 사망 시 관련 서류를 받아 6개월 단위로 연장할 수 있다.
서울 강서구 화곡동의 빌라 밀집 지역. 사진=뉴스1'전세피해 임차인 버팀목전세자금' 대출의 취급 은행도 확대된다. 해당 상품은 지난 9일 우리은행이 단독 출시한 바 있다. 내달 중에는 주택도시기금 수탁 은행인 국민·신한·농협·기업은행도 출시할 예정이다.
전세피해 임차인 버팀목전세자금 대출은 전세 피해를 본 피해자를 대상으로 1억6000만원까지 연 1%대 금리로 돈을 빌려주는 상품이다.
전세피해 주택의 보증금이 5억원 이하이고, 보증금의 30% 이상을 피해를 본 무주택 세대주가 대상이며 부부합산 연 소득 7천만원 이하, 순자산가액 5억600만원 이하 기준이 있다. 금리는 임차보증금과 연 소득에 따라 연 1.2%∼2.1%이며 자녀 수에 따른 우대금리를 받으면 최저 연 1.0% 금리를 적용받을 수 있다.
우리은행은 국토교통부의 부동산거래관리시스템과 우리은행 간 전용망을 연계해 대출 심사, 실행 과정에서 확정일자 정보를 확인할 수 있게 하는 사업도 시행할 예정이다. 이는 일부 집주인들이 주담대 저당권 등기와 세입자 확정일자 법적 효력의 시차를 악용해 세입자 몰래 전세 계약 직후 담보대출을 받는 것을 막기 위함이다.
주담대 저당권 설정 등기는 즉시 효력이 발생하지만, 세입자 확정일자의 법적 효력은 다음날 발생하는데, 이 경우 대출이 나가면 저당권이 선순위채권이 돼 세입자의 보증금이 뒤로 밀리는 문제가 있었다.
25일 금융권에 따르면, 케이비(KB)국민·신한·하나·우리·엔에이치(NH)농협·기업은행 등 주택도시보증공사(HUG) 보증 전세대출을 취급하는 주요 은행들은 임대인이 사망해 전세 보증금을 돌려받지 못하는 임차인에게 최장 4년까지 전세대출 만기를 연장해주기로 했다. 기존에는 임대인이 사망한 경우 전세 계약이 유효한지 해석이 갈려 은행마다 연장 기한이나 업무 지침이 제각각이었다. 그러다 주택도시보증공사가 지난 11일 전세대출 보증을 최장 4년까지 연장하기로 내부규정을 개정하면서 연장 상한을 4년으로 통일했다.임차인이 전세금을 돌려받으려면 전세 계약을 해지해야 하는데, 계약 당사자인 임대인이 갑자기 사망한 경우 계약 해지가 불가능해져 임차인은 전세금을 돌려받지 못하게 된다. 이 때문에 해당 주택의 소유권·계약권이 다른 사람에게 넘어간 뒤 전세보증금을 돌려 받아 은행에 상환할 수 있을 때까지, 만기를 연장해주기로 한 것이다. 다만 만기 연장 시점에 갱신되는 금리에 따라 이자는 계속 내야 한다.전세 피해 임차인을 대상으로 한 ‘전세피해 임차인 버팀목전세자금’ 대출 취급 은행도 확대된다. 우리은행이 지난 9일 단독으로 출시해 취급하던 이 상품은, 주택도시보증공사 전세피해지원센터에서 피해자로 인정된 이들에게 1억6천만원을 연 1%대에 빌려준다. 전세피해 주택 보증금이 5억원 이하이고, 보증금의 30% 이상을 돌려받지 못한 무주택 세대주가 대상이다. 부부합산 연 소득은 7천만원 이하, 순자산가액은 5억600만원 이하여야 한다.
심 의원은 이날 오전 YTN라디오 뉴스킹 박지훈입니다에 출연해 “에너지 빈곤층에 대한 특단의 대책이 시급히 마련돼야 한다. 정부가 참 유감스러운 부분이 많은데, 부자 감세나 이런 부자들 소원수리해 주는 일에는 거의 그냥 사생결단을 하면서 이런 민생 위기에 대해서는 네 탓 공방만 하고 있다”며 “정부가 이러면 국회라도 제대로 나서야 되는데, 지금 국회도 다 손 놓고 있지 않다. 좀 답답하다”고 강조했다.
그는 “난방비가 폭등할 것은 미리 예고가 됐다. 에너지 가격 급등은 불가피한 측면이 있다고 하더라도 이미 예고가 됐기 때문에 다른 선진국들은 이에 대한 대책이 대부분 세워졌다”며 “우리도 작년에 예산 심의할 때 여야가 합의로 감세한 액만 12조원이다. 그중에 절반만 이런 난방비 지원을 했어도 가구당 한 32만 원씩은 지급이 가능했다”고 꼬집었다.
심 의원은 “가장 중요한 것은 에너지 빈곤층의 지원이다. 생존의 문제이기 때문에 완벽해야 한다. 지금 지하실, 옥상, 고시원은 난방을 거의 못 하고, 작은 전기장판 하나에 의존해서 겨울을 나고 있다”며 “이런 부분들에 대한 지원이 필요한데, 우리나라는 에너지 바우처라고 해서 그 대상도 아주 협소하고 1월에 7000원 정도 올랐다고 하는데 그래봐야 동절이게 한 15만원 정도다. 이 에너지 바우처는 에너지 빈곤층의 한파 대책이 되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추경 언급이 너무 빠르다’는 지적에 대해선 “이번 예산에는 철저히 민생 지출이 포함되지 않았다. 그러다 보니 이 어려운 고물가·고유가·경기 침체 얘기가 매일 반복되면서 그에 대한 민생대책은 없는 예산이었다”며 “공공임대주택 예산이라든지, 생계 급여를 확대하는 문제라든지, 특히 난방비에 대한 시급한 대책을 포함해서 민생 추경이 빨리 이루어져야 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국회 국토교통위원회 소속인 심 의원은 “빌라왕 피해자가 지금 한 8000명 정도로 확인이 됐다. 문제는 이게 시작이라는 것”이라며 “지난 국정감사 때 우리 부동산 가격이 폭등했던 2020년부터 2022년까지 매매했던 161만 건을 조사를 해서 분석을 해 봤는데, 전세 보증금이 집값의 80% 이상을 차지하는 경우가 12만 채였다. 이게 깡통전세 고위험군”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우선 빌라왕은 역대 정부, 특히 지난 정부의 ‘빚내서 집 사라’는 정책이 만든 괴물이라고 생각한다. 그래서 우선 갭 투기를 근절해야 한다”며 “깡통전세, 깡통주택에 대한 정부 대책이 좀 종합적으로 나와야 되는데 지금 여전히 ‘빚내서 집 사라’ 규제 완화밖에 없다”고 했다. 그는 “전세가율 70%를 제도화해야 하고, 두 번째는 정보를 제대로 제공을 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대전 서구의회 설재영 의원이 서울·경기 수도권 일대에서 최근 잇따라 발생한 빌라왕 전세 사기 피해 사건 관련, 26일 "다가구 주택이 밀집한 대전에서도 빌라를 다가구주택으로 상품만 바꿔 전세 사기 피해자를 양산시킬 우려가 있다"며 대책 마련을 촉구하고 나섰다.
설 의원은 이날 대전시의회 기자실에서 입장문을 발표하고 전세 사기 피해 사전 예방을 위한 실질적인 대책 마련을 정부에 촉구했다.
설 의원은 "전세 사기 피해자 대부분이 경제력과 부동산 거래 경험이 부족한 2030 청년세대, 신혼부부 등 사회초년생들이 범죄 표적이 돼 거액의 빚을 지고 사회생활을 시작하는 상황이 매우 안타깝다"며 "저 역시 세를 들어 살고 있는 한 청년의 입장에서 전세 사기에 대한 불안감을 느끼고 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지난해 9월 국토교통부가 서울 강서구 화곡역 인근에 설치해 운영하고 있는 전세피해지원센터를 전국적으로 설치하고, 지금까지 가로챈 보증금을 챙겨 잠적 또는 해외도주를 감행한 사기범들을 색출해야 한다"고 말했다.
설 의원은 전세 사기 피해를 사전에 예방할 수 있는 안전 장치로 △수사기관의 사기범에 대한 구속수사 원칙 △제도적 허점인 보증금 폭탄 돌리기를 막기 위한 국회의 입법적 조치 △정부 기관의 공조 체계 △추가 범죄 피해 예방을 위한 실태조사 등을 제안하고, 이를 정부에 건의하기로 했다.
서울 화곡동에서 빌라 283채를 소유하고 세입자들에게 보증금을 돌려주지 않는 방식으로 전세사기를 벌인 '원조 화곡동 빌라왕 강 씨'. 강 씨 배후에는 공인중개사 조 씨가 있었습니다. 강 씨가 바지사장에 불과했단 내용은 빌라왕-국③편을 통해서 전해드렸죠. 그런데 보도 이후 제보가 한 건 왔습니다. 서울 화곡동에서 전세사기 피해가 터지기 시작한 2019년에 자취를 감췄던 조 씨가 여전히 전세사기를 벌이고 있단 내용이었습니다. 사라졌던 조 씨가 다시 돌아온 곳, 역시 '화곡동'이었습니다. 2019년, 화곡동에서 자취를 감추다 부동산 업계 관계자들 말을 종합하면, 조 씨는 화곡동에서 자취를 감춘 건 지난 2019년 봄~여름쯤입니다. 1세대 전세사기 피해가 수면 위로 떠오르기 시작한 시점이죠. 원조 화곡동 빌라왕 강 씨 피해자들이 수사기관에 고소하기 직전이기도 합니다. 조 씨는 이때 자신이 운영하던 희망부동산을 폐업합니다. 자신이 중개한 세입자들 집에 폐업을 알리는 쪽지도 붙입니다. '강 씨에게 임대인 역할을 할 수 없는 사고가 생겼다'면서 '자신도 당황스럽고 힘들어서 폐업 준비 중'이라고 말이죠. <조 씨가 전세사기 피해자들에게 남긴 쪽지> 임대인 강ㅇㅇ 씨에게 임대인 역할을 할 수 없는 사고가 생겨서 강ㅇㅇ씨의 대리인분께서 전세 보증금으로 거주 중인 빌라를 세입자들에게 매매하는 절차를 진행 중에 있습니다. (중략) 저 또한 이런 일이 처음 있는 일이라 당황스럽고 혼란스럽고 힘들어서 4월 중으로 폐업 준비 중에 있습니다. 폐업 전까지는 도움이 될 일이 있으면 도와드리겠습니다.
취재진이 만난 한 부동산 중개업자는 조 씨가 떠난 지 4년 정도 됐다면서, 앞으로도 화곡동에 돌아오지 못할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인근 부동산] "(떠난 지) 한 4, 5년 됐어요. 떠났어요. 그 뒤로 소식 한 번도 못 들었어요. 이 지역에 못 돌아오죠. 강ㅇㅇ씨 사건이 있었잖아요." 2021년, 법인 세워서 화곡동으로 돌아오다 그런데 지난 2021년, 조 씨는 부동산 건축 법인 S사를 세웠습니다. 화곡동에 사무실도 차렸습니다. 조 씨가 세운 법인은 '건설업'으로 등록돼 있습니다. 취재해 보니, 실제로 건축도 했습니다. 서울 화곡동에만 빌라 3채를 세웠습니다. 화곡동에서 전세사기를 주도한 뒤, 잠시 사라졌다가 버젓이 화곡동으로 돌아온 겁니다. 조 씨가 세운 신축 빌라는 대부분 분양가와 전세가가 똑같습니다. 이른바 '깡통전세' 건물입니다. '매매가=전세가'를 이용해서 무자본 갭투기로 1세대 전세사기를 주도했던 조 씨가 잠시 잠적했다가 다시 화곡동으로 돌아와서 빌라를 세웠고, 그 빌라가 '분양가=전세가'인 깡통일 확률이 얼마나 될까요. 우연의 일치라곤 아무래도 보기 어렵겠죠. S사가 세운 화곡동 내 신축 빌라 등기부등본을 확인해 봤습니다. 한 빌라는 총 18채를 2명이 나눠 가졌습니다. 11채는 70대 남성 A씨, 6채는 30대 남성 B씨 소유입니다.
(1채는 은행 소유) S사가 세운 다른 빌라 등기부등본에도 같은 이름이 나옵니다. 같은 회사가 세운 빌라를 같은 집주인들이 나눠 가졌을 확률은 또 얼마나 될까요. 역시 높진 않을 겁니다. 조 씨에게 명의를 내준 70대 남성은 누굴까 취재진은 등기부등본상으로 최소 15채를 갖고 있는 A씨를 찾아갔습니다. A씨는 화곡동에서 멀리 떨어진 한 구축 빌라 2층에 세 들어 살고 있었습니다. (구체적인 지명은 언급하지 않겠습니다.) 신축 빌라 15채를 갖고 있는 사람의 집이라고 보기엔 조금 허름해 보였습니다. 그곳에서 A씨의 아내를 만났습니다. A씨 아내는 'A씨도 명의만 빌려준 바지 사장'이라고 말했습니다. 오랫동안 해오던 사업이 기울었고, 경제적으로 어려워져서 주위에 힘들다고 말하니, 누군가 '명의만 빌려주면 돈을 받을 수 있다'고 알려줬다는 겁니다. 이렇게 해서 A씨가 받은 돈은 1채에 50만 원입니다. A씨 아내는 지난해 재산세 고지서가 날아왔을 때 이 사실을 알게 됐다고 합니다. 70대인 A씨가 가족에게도 이 사실을 숨긴 겁니다. A씨와 함께 빌라를 나눠 가진 또 다른 집주인인 30대 B씨는 전국에 빌라만 403채를 갖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습니다. A씨 같은 바지 사장일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습니다.
[A씨 아내] "한 채에 50만 원씩 주면서 명의를 빌려준 거잖아요. 지금 수입도 없고, 돈이 너무 급하니까 (남편이) 꼬임에 넘어간 거 같은데. (계약을) 문서로 한 것도 아니고 구두로 한 거야. 나이 먹다 보니까 판단력이 흐려졌는지. 우리는 노령연금 받는 상황이에요." 화곡동으로 다시 돌아온 조 씨는 여전히 바지 사장을 앞세워서 전세사기를 이어가고 있었습니다. 수법은 이전과 달라졌습니다. 예전에는 공인중개사, 이제는 건축주입니다. 바지 사장을 섭외하고 세입자들을 모아서 리베이트를 챙겼다면, 이제는 직접 빌라를 세워서 전세사기를 벌이고 있습니다. '3년 5개월' 조 씨에게 면죄부 준 지지부진한 수사 조 씨가 활발한(?) 활동을 이어갈 수 있는 이유, 경찰과 검찰의 수사가 지지부진했기 때문입니다. 원조 화곡동 빌라왕 강 씨와 조 씨에게 전세사기를 당한 피해자들이 수사기관에 고소장을 제출한 건 지난 2019년 8월입니다. 이미 조 씨는 부동산을 폐업하고 화곡동을 떠난 뒤죠. 이 사건을 수사한 경찰은 1년 뒤인 2020년 8월, 이들을 검찰에 송치했습니다. 하지만 검찰은 이달 4일에서야 이들을 기소했습니다. 기소까지 2년 4개월이 걸린 겁니다. 피해자들이 고소한 지는 벌써 3년 5개월 만입니다. 3년 5개월이라는 시간이 흐르는 사이, 피해자들은 지쳐갔습니다. 강 씨와 조 씨에게 당한 피해자들이 모여 있는 카카오톡 단체 대화방은 대화가 끊긴 지 오래입니다. 몇몇은 진척 없는 수사에, 변하지 않는 상황에 지쳐 대화방을 나갔습니다. 검찰 수사가 늦어질수록 피해자들 고통은 더 짙어졌습니다. 수사는 지지부진했습니다. 피해자들 고소 이후 남부지검에서 대전지검 서산지청으로 이송됐다가, 다시 남부지검으로 돌아왔습니다. 담당 검사도 여러 번 바뀌었습니다.
피해자들이 답답한 마음에 수사 상황을 물으면 '선례가 없다', '법리 검토 중이다', '보완 수사 중이다'라는 대답이 돌아왔습니다. 실제로 한 검사는 '기록을 넘겨받은 지 얼마 되지 않아 아직 검토 중'이라고 답하기도 했습니다. 몇 년 동안 도돌이표만 그렸던 겁니다. 전세사기 피해자 1 "아무리 물어봐도 '수사 중이다'. 수사관만 계속 바뀌고, 검사만 계속 바뀌고. '검사실 바뀌었습니다' 이런 문자만 계속 오고." 전세사기 피해자 2 "검사가 계속 바뀌면서 담당자만 바뀌는 문자만 받았고요. (검찰이) 처음 전화 왔을 때 '낙찰자가 있으니 저는 피해자가 아니'라는 거예요." 수사는 지난해 12월, 겨우 한 달 동안만 집중적으로 이뤄진 것으로 보입니다. 전세사기가 이곳저곳에서 터지면서 피해가 커졌던 시기입니다. 피해자들은 '이전엔 아무런 진척 없던 수사가 사건이 터지고, 모두가 주목하니 속도가 났다'고 답답함을 토로합니다. 실제로 기록을 보면 피의자 조사도 12/7, 8, 13, 14, 15, 28에 진행됐습니다. 주로 12월에 몰린 겁니다. 심지어 피의자 강 씨에 대한 첫 소환조사도 이때였습니다. "리베이트 받은 것이니 공인중개사법 위반 아니"라는 수사기관 그사이 조 씨의 공인중개사법 위반 혐의는 처벌 시효가 지났습니다. 지난해 5월에 이미 시효가 도과했으니, 반년 넘게 지나버린 겁니다. 심지어 조 씨에 대한 구속영장도 기각됐습니다. '죄질이 무거우나 방어권을 보장해야 한다'는 이유였습니다. 검찰은 조 씨가 전세사기를 벌이면서 챙긴 돈이 공인중개사법상 '초과 보수'가 아니라고 판단했습니다. '리베이트'를 받은 것이기 때문에, 현행 공인중개사법을 위반한 건 아니라고 겁니다. 하지만 이런 이유라면 조 씨처럼 전세사기를 초기 단계부터 기획하거나 개입한 공인중개사들은 모두 처벌이 어렵습니다. 공인중개사법을 위반했을 경우여야 중개사 자격이 정지되거나 새로운 부동산 개업이 제한됩니다. 공인중개사법을 위반하지 않으면 현업에서 그대로 활동해도 제재가 어렵습니다. '초과 보수'가 아닌 '리베이트'를 받아서 공인중개사법 위반은 아니라는 판단은 중개사들에게 사실상 면죄부를 주는 거나 마찬가지인 셈인 거죠.
출처 : 한국경제, 이데일리, 한겨례, YTN, SBS, 뉴스1, 충남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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