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일(현지시간) 오후 3시 미국 캘리포니아주 샌타클래라 실리콘밸리은행(SVB) 본사 앞. 굳게 닫힌 문 앞에는 미국 연방예금보험공사(FDIC)가 SVB를 폐쇄한다는 안내문만 덩그라니 붙어있었다. 잠시 뒤 직원으로 보이는 세 명이 책상을 정리한 것처럼 보이는 짐을 싸들고 문을 열고 나왔다. 대화를 시도했지만 그들은 굳은 표정으로 "아무런 할 말이 없습니다"라며 자리를 피했다. 이곳에 돈을 맡긴 고객 한명이 은행 측과 계속 통화를 시도했지만 연결되지 않자 자신의 다급한 상황을 담은 문서를 문 틈으로 끼워넣었다. 그는 "당장 어떻게 해야할지 막막하다"며 망연자실했다.
실리콘밸리의 성장과 함께 지난 40년을 성장해왔던 SVB가 뱅크런(대량 예금인출 사태)으로 10일 무너지자 실리콘밸리의 스타트업 생태계가 '패닉'에 빠졌다. SVB에 돈을 맡겨놓은 스타트업들은 당장 운영자금 부족으로 위기에 처했고, 벤처캐피털(VC) 등 투자자들도 스타트업을 지원해주고 싶어도 추가 투자계획을 이행하기 어려운 상황에 놓였다.
대량 예금인출 사태로 인해 10일(현지시간) 폐쇄된 실리콘밸리은행(SVB)의 미국 캘리포니아주 샌타클래라 본사 정문이 굳게 닫혀있다. 은행 폐쇄 안내문이 왼편에 붙어있다. 샌타클래라=서기열 특파원
실리콘밸리 스타트업 생태계와 밀접한 관계를 맺으며 40년 동안 성장해온 SVB가 폐쇄되는 데는 44시간 밖에 걸리지 않았다. 지난 8일 오후 늦은 시간 SVB는 투자했던 장기 채권 210어달러어치를 매각해 18억달러의 손실이 발생했다고 발표했다. 고객의 예금 인출에 대응하기 위한 현금을 확보하려는 불가피한 선택이었다. 그 손실을 메우기 위해 22억5000만달러 규모의 증자를 진행할 계획이라고 밝혔지만 고객들의 예금인출은 가속화됐다.
다음날인 9일 오전 실리콘밸리의 VC 가운데 일부는 투자한 스타트업들에 SVB에 넣은 예금을 모두 인출해야 한다고 다급하게 연락했다. 실리콘밸리의 스타트업들은 앞다퉈 예금 인출에 나섰고 그날 오전에는 일부 인출이 가능했지만 인출하려는 고객들이 몰리면서 오후부터는 거래가 먹통이 됐다. 운영자금과 투자금을 이 곳에 예치해뒀던 스타트업들은 패닉에 빠졌다. 그렇게 하루 동안 빠져나간 예금만 420억달러에 이른다. 그날 SVB금융그룹의 주가는 60% 하락했다.
뱅크런에 SVB가 대응 불가능한 상황이 되자 미국 금융당국은 특단의 조치를 내렸다. 10일 오전 미국 캘리포니아주 금융보호혁신국은 불충분한 유동성과 지급불능을 이유로 SVB를 폐쇄한다고 발표했다. 미국 연방예금보험공사(FDIC)이 '샌타클래라 예금보험국립은행(DINB)'라는 법인을 설립해 SVB가 보유한 예금을 모두 이전받고 자산 매각을 추진할 계획이다.
SVB 파산은 역대 두 번째로 큰 규모다. 지난해 말 기준 SVB의 총자산은 2090억달러, 총예금은 1754억달러다. 2008년 금융위기 때 무너진 JP모건체이스의 워싱턴뮤추얼 파산 이후 두 번째다. 워싱턴뮤추얼은 당시 총자산 3070억달러, 총예금 1880억달러를 보유하고 있었다. 실리콘밸리의 한 투자자는 "스타트업이 어려움을 겪으면서 SVB도 어려울 거라고 생각했지만 이틀 만에 문을 닫을 줄은 상상도 못했다"고 말했다.
대량 예금인출 사태로 인해 10일(현지시간) 폐쇄된 실리콘밸리은행(SVB)의 미국 캘리포니아주 샌타클래라 본사 안엔 지나다니는 사람 없이 정적만 흘렀다. 샌타클래라=서기열 특파원
SVB의 파산은 실리콘밸리에 큰 충격으로 다가왔다. SVB는 실리콘밸리의 스타트업의 성장에 중요한 역할을 하며 생태계와 밀접하게 연결됐기 때문이다. SVB에 따르면 미국 테크·헬스케어 벤처기업 가운데 44%가 SVB의 고객이다. 2009년 이후 약 2300억규모의 투자 유치에 참여한 것으로 알려졌다. 실리콘밸리의 성공한 벤처기업으로 꼽히는 에어비앤비, 우버, 링크드인 등을 비롯해 샌프란시스코에서 시작해 세계 최대 통신장비업체로 성장한 시스코의 초기에 자금을 지원하며 중요한 역할을 했다.
특히 SVB는 신용이 부족한 창업 초기 실리콘밸리에 든든한 자금줄 역할을 했다. '벤처 대출(venture debt)'이라는 실리콘밸리에 특화된 틈새 상품을 내놓고 이 지역 스타트업에 유동성을 공급했다. 대출을 해주며 스타트업의 신주인수권(워런트)을 일부 받는 방식이다. 신용을 쌓지 못한 스타트업들은 일반 시중은행에서 대출을 받기 힘들었지만 SVB를 찾아가면 벤처 대출을 받을 수 있었다. 실리콘밸리의 VC들과도 밀접한 관계를 쌓아갔다. 최고로 평가받는 VC가 투자한 스타트업에 더 많은 대출을 해줬다.
그렇게 대출을 받은 스타트업들은 SVB에 계좌를 열었고, VC들도 벤처펀드의 투자금을 SVB 계좌에 보관했다. 실리콘밸리의 한 투자자는 "SVB는 실리콘밸리 스타트업 생태계의 중심에 있는 은행"이라며 "실리콘밸리의 스타트업과 VC 가운데 절반은 SVB와 거래하고 있을 것으로 추정된다"고 했다. 일부에서는 실리콘밸리 VC의 70%가 SVB와 거래하고 있을 것이란 의견도 있다.
특히 SVB의 파산은 아무도 예측하지 못했던 일이라 더 충격이 크다. 또다른 VC 관계자는 "VC는 리스크 평가를 통해 투자하는 게 사업의 본질"이라며 "모든 리스크의 현실화 가능성을 놓고 고민해봤지만 SVB의 파산은 단 한 번도 생각해본 적 없다"고 말했다. 예상치 못했던 사태에 투자자와 스타트업들은 10일 하루 종일 정신 없는 시간을 보냈다. 스타트업들은 예금 인출을 시도하다가 은행이 폐쇄된 뒤 향후 대책 마련을 위한 긴급 회의를 열었고, VC들은 펀드에서 투자한 스타트업들이 SVB와 얼마나 거래하고 있는지 이번 사태로 인한 피해는 어떤지 파악하는 데 분주했다. 벤처펀드에 출자한 투자자들도 현재 현황과 향후 피해를 예상하느라 긴급 회의를 수차례 열고 대책 마련에 집중했다.
대량 예금인출 사태로 인해 10일(현지시간) 폐쇄된 실리콘밸리은행(SVB)의 미국 캘리포니아주 샌타클래라 본사 앞을 한 사람이 지나가고 있다. 샌타클래라=서기열 특파원
SVB 파산으로 실리콘밸리 스타트업 생태계 전반은 향후 어려운 시간을 보낼 것으로 예상된다. 지난해 기준금리 인상과 이에 따른 주식시장 하락으로 스타트업들은 투자금을 유치에 어려움을 겪어왔다. 특히 작년 하반기 이후에는 자금 조달에 어려움을 겪으면서 기존 기업가치보다 낮춰서 투자금을 모집하는 스타트업들도 속속 등장했다. 기존에 받은 투자금을 운영자금으로 써야하는 상황이 이어졌고, 이런 상황에 SVB마저 파산하면서 실리콘밸리의 스타트업들은 유동성 위기에 처하게 됐다. 투자금이 말라버린 상황에서 기존 자금마저 꺼내쓸 수 없는 '엎친 데 덮친 격'이 됐다.
특히 투자금이 떨어져 올해 초 신규투자금을 유치하려고 계획했거나 투자 라운드를 진행중인 스타트업들은 심각하다. 은행에 넣어놓은 자금이 묶여있는 상황에서 운영자금 부족으로 유동성 위기가 올 수 밖에 없다. 당장 직원들 월급을 주지 못하는 사태가 발생할 수도 있는 상황이다. 미국 기업들은 한 달에 두번 월급을 지급한다. 통상 15일과 월말이다. 바로 다음주에 월급을 줘야하는 기업들이 많다. 월급을 주지 못하면 노동법 위반이기 때문에 기업들은 어떻게든 자금을 마련해야 하는 상황이다. 한 VC 관계자는 "VC들도 기존에 투자해놓은 스타트업을 도와주는 데 집중하지 당분간은 새로운 신규 투자처를 찾기 힘들다"고 말했다.
VC들도 SVB에 가용자금이 묶이면서 어려움을 겪고 있다. 한 VC는 "신규 투자를 위해 출자자로부터 돈을 받아 SVB에 넣어놨는데 꺼낼 수 없게 됐다"며 "추가 투자는 당분간 어려울 것 같다"고 말했다. 이와 함께 벤처펀드를 새로 결성하려고 해도 당분간은 투자자들을 찾는 데 어려움을 겪을 수 밖에 없다. 그는 "벤처 생태계가 얼어붙은 상황에서 투자자들이 굳이 벤처펀드에 신규 투자에 나서지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특히 기준금리가 이렇게 올라가는 상황에서 대체투자로 분류되는 벤처 투자를 늘려야할 동인이 줄어든다는 설명이다.
미국 금융당국이 10일(현지시간) 실리콘밸리은행(SVB)을 폐쇄하면서 스타트업이 즐비한 실리콘밸리 전역에 불안이 확산하고 있다. SVB는 그동안 스타트업의 자금줄 역할을 해왔다.
10일(현지시간) 블룸버그 통신 등에 따르면 SVB는 이날 폐쇄돼 연방예금보험공사(FDIC)에 예금 지급 업무를 맡게 됐다. SVB와의 거래는 중단됐고, 오는 13일 FDIC 감독 아래에서 재개된다.
FDIC는 '샌타클래라 예금보험국립은행'이라는 새 은행을 설립해 SVB의 모든 자산과 예금을 이전할 예정이어서 SVB는 사실상 문을 닫게 됐다.
실리콘밸리 스타트업계는 SVB 폐쇄에 놀라움을 금치 못하면서 미칠 파장을 예의주시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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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VB는 1982년 설립된 기술 스타트업 분야의 주요 은행으로, 40년간 VC(벤처캐피털) 및 스타트업 생태계를 발전시키는 데 기여해 왔다는 평가를 받았다.
기술 프로젝트에 자금을 지원하는 것이 미국 벤처 캐피털 산업의 중추인데, SVB는 그 중심에 있었기 때문이다.
미국 테크·헬스케어 벤처기업 중 44%를 고객으로 두고 있으며 2009년 후 2천300억 달러(303조원) 규모의 투자유치에 참여했다.
이런 까닭에 재무 구조가 열악한 스타트업은 자금줄이 막히게 되면서 자칫 도산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초기 단계 스타트업인 리파이버드의 CEO인 사리카 바자즈는 "3년간 SVB 고객이었고 회사 자금 대부분을 보관했다"며 "돈을 빼려 했지만 실패했다"고 말했다.
특히, 예금자 보호 한도인 25만 달러(약 3억3천만 원) 이상의 예치금은 묶이고 전액 돌려받는다고 하더라도 상당한 기간이 걸려 자금 융통이 쉽지 않을 수 있다.
익명을 요구한 한 창업자는 "SVB의 자금 동결은 이 은행에 돈을 태운 스타트업에 치명적일 수 있다"고 말했다.
[AFP 연합뉴스] 2023. 3. 10. photo@yna.co.kr
SVB와 거래해 온 스타트업은 당장 도래하는 급여 지급일을 맞출 수 있을 지 우려하고 있다. 실리콘밸리에서는 1∼2주 단위로 급여를 지급한다.
급여 서비스 제공업체인 리플링은 이날 고객들에게 "SVB가 그동안 급여 지급 프로세스를 지원해 왔는데, 일부 급여 처리가 중단됐다"고 통보했다.
투자 회사인 리퀴드 스톡의 창립 파트너인 그레그 마틴은 "기술 회사의 절반 이상이 현금 대부분을 SVB에 보관하고 있다"며 ""수만 명이 다음 주에 급여를 받지 못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한 스타트업 창업자는 "이사회가 급여를 지급할 수 없는 근로자를 고용하는 데 매우 민감하다"며 "늦어도 월요일에는 해고가 있을 수도 있다"고 전했다.
이에 전날 SVB의 위기 소식이 전해지면서 벤처 캐피털은 자신들이 투자한 스타트업들에 SVB로부터 자금 인출을 촉구하기도 했다.
초기 스타트업에 투자하는 샌프란시스코의 VC 회사인 페어 VC는 지난 9일 "여러분 모두가 보고 있듯이 SVB의 상황을 고려해 SVB에 예치된 현금을 다른 은행으로 옮기라고 추천한다"고 말했다.
유니언스퀘어벤처는 창업자들에게 보낸 이메일에서 "SVB 예금 계좌에 최대 25만달러만 보유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작년 12월 말 현재 SVB의 총자산은 약 2천90억 달러, 총예치금은 1천754억 달러에 이른다.
AP 통신에 따르면 SVB는 미국 전체 은행 가운데 자산 기준 16번째에 해당한다.
SVB의 대처가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를 촉발시킨 리먼 브러더스 사태를 연상케 한다는 지적도 나왔다.
익명을 요구한 한 VC는 "SVB가 고객들에게 제대로 알리지 않고 '모든 것이 좋다'고 하면서 돈을 모으고 있다고 발표했다"며 "이는 사람들로 하여금 과거 비슷하게 행동했던 리먼 브러더스의 기억을 떠올리게 했다"고 지적했다.
미국 내 16위 은행인 실리콘밸리은행(SVB)이 10일(현지시간) 파산절차에 들어가면서 위기 확산 가능성에 대해 업계가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일각에서는 세계 4위 투자은행인 리먼 브러더스 파업으로 시작된 글로벌 금융위기의 악몽을 소환하기도 한다.
파산규모가 적지 않고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의 공격적인 금리인상 움직임으로 위기가 확산될 가능성도 적지 않지만, 미 금융당국의 빠른 대응과 함께 SVB의 투자자산 대부분이 안전한 미국 국채라는 점에서 확산 가능성을 제한적으로 보는 시각도 크다.
11일 미국 서부 스타트업의 돈줄 역할을 해온 SVB의 파산으로 금융계가 충격에 싸여있다. 은행 갯수가 4300개에 달하는 미국에서 은행 파산은 그리 드문 일이 아니다. 글로벌 금융위기 당시인 2009년에는 140곳, 2010년에도 157개의 은행이 문을 닫았다. 위기 여파가 이어진 2011년에도 92개의 은행이 폐쇄되는 아픔을 겪었다.
지난해의 경우 은행 파산이 없었지만 불과 3년 전인 2020년에도 미국 내 4곳의 은행이 영업을 중단했다. 미 연방예금보험공사(FDIC)에 따르면 2001년에서 2022년 사이에 문을 닫은 은행은 561곳에 달한다.
은행 파산이 흔한 미국서 SVB 사례가 주목받는 것은 규모 때문이다. SVB의 지난해 말 총자산은 2090억달러(276조5000억원), 총예금은 1754억달러(232조원)에 달한다. 글로벌 금융위기를 촉발한 리먼 브러더스가 2008년 9월 미국 뉴욕남부법원에 파산신청서를 접수했을 당시 총자산이 6390억달러다. SVB가 리먼의 3분의 1 수준에 달할 정도로 적지 않은 규모라고 설명한다.
비관론자들은 SVB 파산이 글로벌 금융위기로 번질 가능성을 주목하고 있다. SVB 파산은 미 연준의 급격한 기준금리 인상과 깊은 관계가 있다. 연준의 긴축정책으로 미국 주요 스타트업의 현금이 씨가 마르기 시작했고, 이들은 은행에서 돈을 인출하기 시작했다. 상대적으로 스타트업 예금 비중이 높았던 SVB가 받은 타격은 더 컸다.
문제는 SVB가 예금의 상당부분을 미국 국채에 투자했다는 점이다. 만기까지 보유할 경우 원금에 이자를 더해 돌려받지만, 중도에 이를 매각할 경우 손실을 보게 된다. 기준 금리 인상으로 국채 가격이 싸졌기 때문에 손실분은 더욱 크다.
이러한 악순환이 반복되면서 금융시장에서는 SVB가 위험하다는 소문이 났다. 이러자 스타트업에 투자한 벤처캐피탈 등은 이들에게 SVB에서 돈을 뺄 것을 요구했고, 급기야 ‘뱅크런(대량 예금인출사태)’ 움직임까지 나왔다. 쇄도하는 예금 인출 요청에 대응하기 위해 SVB는 국채 매각을 더욱 늘렸지만, 결국 대응에 실패하고 파산으로 이어지게 된 것이다. 예금인출을 하라는 메시지가 트위터를 통해 빠르게 전달됐다는 점에서 현지에서는 SVB 파산을 ‘트위터 파산’으로 부를 정도다.
정도의 차이는 있지만 미국 내 상당수 금융회사가 비슷한 고민을 안고 있다. 특히 거품이 낀 자산으로 평가받는 기술기업이나 가상화폐와 거래관계가 높은 은행들의 움직임이 주목받고 있다. 미국에서는 부동산 관련 투자비중이 높은 은행들을 주목하는 분위기다. 미 연방예금보험공사(FDIC)에 따르면 지난해 미국 은행업계는 보유 증권에서 총 6000억달러 이상의 미실현 손실을 낸 것으로 추산된다.
하지만 이러한 분위기가 글로벌 금융위기처럼 전방위로 확산될 가능성에 대해서는 낮게 보는 분위기다. 우선 SVB처럼 특정 분야에 집중해 자금을 운용한 은행이 많지 않다. 은행의 연쇄 도산으로 이어질 가능성은 제한적이라는 얘기다. 세계 4위 은행답게 전 세계에 투자자산을 펼쳐 놓은 리먼 브러더스와는 큰 차이다. 더구나 SVB처럼 운용자산의 대부분을 미국 국채에 투자한 곳도 극히 드물다.
미국 정부가 발빠르게 대응에 나선 것도 주목할 부분이다. ‘뱅크런’ 소문이 돌기 시작하자 발빠르게 파산 조치에 들어간 것이 정부다.
다만 당분간 SVB와 거래한 스타트업과 벤처캐피탈 등에 미칠 영향은 적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SVB에 맡긴 예금이 25만달러(3억3000만원)을 넘지 않으면 예금 보호를 받을 수 있지만, 이를 초과하면 보험의 대상이 아니기 때문이다. 시장에서는 SVB의 예금 가운데 25만달러를 초과하는 예금을 1515억달러(200조원)로 추정하고 있다.
당장 실리콘밸리 기업 중에서는 직원 임금 지급부터 걱정하고 있다. 미국은 매주 또는 격주에 임금을 지급하는 주급 형태를 운영하고 있는데, SVB 파산으로 예금을 찾지 못하게 될 경우 당장 임금지급이 불가능해지기 때문이다.
또 SVB의 자산이 예금보다 더 많아 예금자들의 손실은 제한적으로 보이지만, 이를 되찾기까지 상당 기간이 소요될 것으로 예상된다. 이 이 기간에 기업들의 자금부족은 피치 못할 것으로 분석된다.
11일 오전 9시 기준 국내 가상화폐 거래소 업비트에서 1비트코인 가격은 2천731만9천원으로 24시간 전(2천759만5천원)보다 1.02% 하락했다.
같은 시각 빗썸에서도 0.80% 떨어진 2천733만3천원에 거래 중이다.
업비트에서 이더리움 가격은 0.57% 내린 193만5천500원에 거래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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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날 가격 하락은 미국 금융당국이 10일(현지시간) 예금 인출 사태로 큰 손실을 내 주가가 폭락한 실리콘밸리은행(SVB)의 문을 닫았다는 소식이 전해졌기 때문이다.
이에 금융시장에서 안전자산 쏠림이 나타나면서 가상화폐 가격에도 영향을 미쳤다.
가상자산 시장은 최근 미국 가상화폐 거래 은행인 실버게이트 청산에다 미 바이든 행정부의 조세 부과 움직임, 제롬 파월 미 연방준비제도(Fed·연준) 의장의 매파적(통화긴축 선호) 발언 등이 이어지면서 전반적인 하락세를 나타내고 있다.
미국 서부 실리콘밸리 투자 생태계의 큰 축으로 성장한 스트타업 전문은행 실리콘밸리뱅크(SVB)가 역사 속으로 사라지게 됐다. 대량 예금인출과 주가 폭락 사태가 맞물리면서 40년 역사의 이 은행은 이틀도 안 돼 몰락했다. 미국에서 두 번째로 큰 규모의 은행 파산이라는 점에서 금융권 전반으로 재정 위기가 확산하는 것은 아닌지 우려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10일(현지시간) 블룸버그통신·로이터통신·월스트리트저널(WSJ)·파이낸셜타임스(FT) 등 외신을 종합하면 미 캘리포니아주 금융보호혁신국은 유동성 부족과 지급 불능 등을 이유로 SVB전 지점을 폐쇄하고 미 연방예금보험공사(FDIC)를 파산 관재인으로 임명했다. FDIC는 '산타클라라 예금보험국립은행(DINV)'이라는 법인을 세워 SVB의 기존 예금을 모두 이전하는 한편 보유자산 매각을 추진하기로 했다.
美 역대 2번째로 큰 은행 파산 사태
실리콘밸리은행의 예금인출 중단과 지점 폐쇄 등을 알리는 미 연방예금보험공사(FDIC)의 안내문/ⓒAFP=뉴스1이번에 파산한 SVB는 미국 산타클라라에 본사를 둔 벤처캐피탈(VC) 전문은행으로 1983년 설립됐으며, 캘리포니아주·매사추세츠주 등에 총 17개 지점을 보유하고 있다. 주로 VC 투자를 받은 기술 스타트업에 대출을 해주고 이들 기업의 예금을 유치하는 방식으로 성장했다. 스타트업들이 VC로부터 받은 투자금을 SVB에 예치하고, SVB는 이 자금을 다른 스타트업에 대출해 수익을 올리는 구조로 운영해 왔다.
미국 내 기술·헬스케어 스타트업의 44%가 이 은행의 고객사다. 글로벌 음원 스트리밍 플랫폼 스포티파이, 미국 최대 스트리밍 하드웨어업체 로쿠, 사이버 보안업체 크라우드스트라이크, 게임 플랫폼 로블록스 등이 이 은행을 이용해 온 것으로 알려져 있다.
FDIC에 따르면 지난해 말 현재 SVB의 총 자산은 2090억달러(약 276조원), 총예금은 1754억달러(약 232조원)로 미국 내 16위 규모 은행이다. 지난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때 문을 닫은 저축은행 워싱턴뮤추얼(총 자산 3070억달러·약 406조원) 이후 역대 두 번째로 큰 은행 파산으로 기록됐다고 현지 언론들은 짚었다.
'스타트업의 돈줄' 왜 무너졌나
미국 실리콘밸리은행이 역대 두번째 규모 은행 파산으로 기록됐다. /ⓒAFP=뉴스1FT에 따르면 SVB의 기업가치는 18개월 전만 해도 440억달러(약 58조원)를 웃돌았다. 코로나19 팬데믹(대유행) 기간 정부의 금융완화 정책으로 유동성이 풍부해지면서 이 은행도 호황을 누렸다. 기술 관련 스타트업과 가상화폐 등 가치가 뛰면서 예금도 급증했다. 운용 자금이 풍부해지자 SVB는 2021년 '제로(0)' 금리 수준의 미국 국채를 대거 사들였다.
하지만 지난해 3월부터 미 연방준비제도(Fed·연준)가 금리를 공격적으로 올리면서 돈 줄이 말랐고 SVB의 상황도 어려워졌다. 유동성 위기를 맞은 SVB는 보유했던 국채와 모기지증권 등 80%를 팔아치웠다. 국채를 매입했던 때는 은행 예금이 넘쳐나던 호황기였지만 이후 채권금리가 가파르게 상승하면서(채권가격은 하락) 세후 18억달러(2조4000억원)에 달하는 손해가 났다.
막대한 손실이 불가피한데도 채권을 매각한 것은 그만큼 상황이 좋지 않다는 방증이었다. 매도 가능한 증권을 처분하고도 자금이 부족해 22억5000만달러(약 3조원) 규모의 신주를 발행하겠다고 발표했다. SVB의 이같은 행보는 재무건전성 우려를 낳았고 주요 고객인 스타트업 기업들과 벤처자본가들이 예금을 대거 인출하는 뱅크런 사태로 이어졌다. 증시에선 SVB의 증자 발표 직후 주가가 60% 급락하는 대혼란이 펼쳐졌다. SVB 채권가격도 선순위 액면가 1달러당 45센트, 후순위의 경우 1달러당 12.5센트로 폭락했다.
돈 묶인 기업들 발동동…줄도산 오나
미국 캘리포니아주 산타클라라 소재 실리콘밸리뱅크(SVB) 본사 앞에 현금운송업체 브링스 트럭이 주차되어 있고 사람들이 서 있다. 2023.3.10 / ⓒ AFP=뉴스1미 금융당국은 SVB 인수자 등이 나타나기를 기다려주지 않고 이례적으로 빠르게 칼을 빼 들었다. 시장에서 자금 위기가 불거진 지 약 44시만 만이었다. 문제는 기업 고객들이 많아 파장이 더 크다는 것이다.
미국도 우리나라처럼 예금자보호제도가 있는데 그 한도가 25만달러(약 3억3000만원)다. 이 한도 내에선 예금 보호를 받을 수 있지만 이를 초과하면 돌려받지 못할 수도 있다. FDIC는 오는 13일부터 예금보호한도 내에서 인출이 가능하다고 밝혔다. 하지만 SVB의 주요 고객들은 벤처캐피탈펀드, 스타트업 등으로 대부분으로 예금 규모가 보호 한도를 초과할 것으로 보인다.
지난해말 기준 FDIC 보험 한도를 초과하는 예금 규모는 1515억달러(약 200조5000억원) 규모라고 WSJ은 추정했다. 이는 SVB 총예금의 86%가 예금자보호를 적용받지 못한다는 얘기다. 미 규제당국은 파산한 은행을 더 크고 안정적인 금융기관과 합병한다는 원칙을 갖고 있어 고객들이 예금자보호 한도를 초과하는 예금 중 얼마나 더 많은 돈을 돌려받을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돈이 묶인 실리콘밸리 스타트업들이 직원 월급을 제때 지급하지 못하거나 자금 집행을 못해 줄도산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투자회사인 리퀴드 스톡의 창립 파트너인 그레그 마틴은 "SVB의 일부 급여 지급 프로세스가 중단됐다고 들었다"며 "실리콘밸리 기업들은 주로 1~2주 단위로 급여를 지급하는데 당장 다음주부터 직원 수만명이 급여를 받지 못할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美 금융권 전체로 확산 가능성은 낮아"
재닛 옐런 미 재무장관/ⓒAFP=뉴스1미 정부는 SVB 파산과 관련 과도한 우려를 경계하고 나섰다. 미 백악관 경제자문위원회는 "우리 금융당국은 은행 시스템의 회복력을 강화할 수 있는 도구를 갖고 있다"며 "10여년전 금융위기 때와는 근본적으로 다르다"고 밝혔다. 재닛 옐런 미 재무장관도 SVB 사태를 긴급 논의한 뒤 "몇몇 은행을 면밀히 주시하고 있으며 문제를 해결할 효과적인 수단이 있다"며 "추후 진행 상황에 따라 관련 조치를 내놓겠다"고 강조했다.
월가 전문가들도 SVB 사태가 은행권 전반 위기로 확산할 가능성은 낮다고 입을 모았다. 뱅크오브아메리카(BofA) 측은 "은행들의 예대율은 팬데믹 이전과 비교할 때 상당히 낮은 편"이라며 "은행권 전반의 레버리지가 과도한 상태는 아니다"라고 말했다. JP모건 역시 "대형 은행들은 소규모 은행에 비해 유동성이 풍부하고 고객층이 폭넓은 만큼 증시에서 은행주 전반의 매도세는 지나친 측면이 있다"고 분석했다.
출처: 한국경제, 연합뉴스, 서울경제, 매일경제, 조선일보, 아이뉴스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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