잠이 부족하면 우리 몸은 살찌기 쉬운 체질로 바뀐다. 자는 동안엔 자율신경 중 몸을 흥분시키는 역할을 하는 교감신경 활성도가 떨어진다. 그러나 수면이 부족한 사람은 이 과정이 제대로 일어나지 않는다. 이에 자는 동안에도 교감신경의 각성 상태가 유지되면, 신경전달물질인 카테콜아민이 증가해 혈당이 올라간다. 혈당이 급격히 상승하면 우리 몸은 이를 떨어뜨리려 인슐린 호르몬을 과도하게 분비한다. 문제는 과분비된 인슐린이 지방 분해와 연소를 막고 지방 축적을 촉진한다는 것이다. 잠이 부족하면 스트레스 호르몬인 코르티솔 수치가 높아지는 것도 지방 축적을 부추긴다.
수면이 부족하면 식단을 조절하기도 어렵다. 식욕이 솟구치기 때문이다. 잠을 못 자서 신진대사가 원활하지 않으면, 뇌는 지방과 당 섭취가 더 필요하다고 인식한다. 이에 식욕을 촉진하는 호르몬인 그렐린 분비는 늘리고, 식욕을 억제하는 호르몬인 렙틴은 떨어뜨린다. 미국 스탠퍼드대 연구팀이 8시간 동안 잔 집단과 5시간 동안 잔 집단의 호르몬 수치를 비교했더니, 후자에서 그렐린은 14.9% 더, 렙틴은 15.5% 덜 분비되는 게 확인되기도 했다.
그렇다고 지나치게 오래 자는 건 다이어트에 도움되지 않을 뿐 아니라 건강에도 안 좋다. 가장 적당한 수면 시간은 6~8시간이다. 경희대병원 가정의학과 김병성 교수팀이 질병관리청 한국인유전체 역학조사사업(KoGES)에 참여한 성인 2470명을 추적한 결과, 9시간 이상 자는 사람은 7시간 자는 사람보다 심혈관질환 발생 위험이 2.8배, 뇌혈관질환 위험이 3.1배 컸다. 잠들고 깨는 시간이 들쭉날쭉한 것도 혈관질환 발생 위험을 높이므로, 매일 같은 시간에 취침·기상하는 게 좋다.
푹 자려면 잠자리에 들기 전 45분에서 1시간은 스마트폰·노트북·텔레비전 등 청색광 방출 기기를 보지 않는 게 좋다. 잠이 오게 하는 멜라토닌 호르몬 분비를 청색광이 방해해서다. 조용하고 어두운 환경에서 숙면한 후, 잠에서 깨어나면 가벼운 스트레칭을 해 준다.
호주 디킨대 연구팀은 멜버른 출신 성인 2만3000명 이상을 대상으로 초가공식품의 소비와 우울증 사이의 연관성을 15년 동안 추적 조사한 결과 이같이 나타났다고 밝혔다.
자동 기계와 사람의 손을 거쳐 탄생하는 초가공식품은 일반적인 정크푸드, 패스트푸드에 그치지 않는다. 다이어트용 청량음료, 일부 과일주스, 향이 첨가된 요거트, 마가린, 스크램블 에그, 으깬 감자 등도 초가공식품을 이루는 큰 축이다. 잠깐 데워서 편하게 먹을 수 있는 파스타 요리 등 얼핏 건강에 썩 나쁘지 않을 것으로 보이는 식품도 마찬가지다.
연구팀의 멜리사 레인 박사는 “값싸고 잘 팔리지만 영양가가 낮은 이들 나쁜 식품의 폐해가 만만치 않다”고 말했다. 연구 결과 초가공식품을 가장 많이 먹은 사람은 가장 적게 먹은 사람에 비해 우울증 위험이 약 23% 더 높았다. 참가자들은 연구 시작 당시 우울증, 불안 치료제를 복용하지 않았으나 초가공식품을 많이 먹어 우울증에 걸린 사례가 많은 것으로 확인됐다.
흡연, 학력, 소득, 신체활동 등 요인을 고려한 뒤에도 초가공식품을 많이 섭취하면 우울증 위험이 높아지는 걸로 드러났다.
레인 박사는 “세계적으로 가장 흔한 정신장애에 속하는 우울증에 걸리면 식욕이 떨어지고, 깊은 잠을 자기가 힘들고, 삶에 대한 흥미나 즐거움을 잃고, 슬픔을 쉽게 느끼고, 심하면 자살에 대한 생각이 들 수 있다”고 말했다. 그녀는 “따라서 초가공식품의 섭취량을 식단의 30% 미만으로 최소화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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