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개인투자자의 반대매매 공포가 살아날 조짐을 보이고 있다. 두 달 전 급락기에 ‘빚투 개미’들이 대규모로 강제 청산 홍역을 앓았으나 이번에 증시가 재차 급락하면서 담보가 부족한 ‘빚투 계좌’가 급격히 늘어나고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개인투자자들이 26일 코스피와 코스닥 시장에서 4000억 원이 넘는 매물을 쏟아낸 데는 반대매매 및 반대매매 회피 물량이 상당한 것으로 추정된다.
26일 서울경제가 국내 주요 7개 증권사의 개인 담보 부족 계좌 현황을 문의한 결과 증권사별로 한 달 만에 최대 3배(이달 23일 기준)가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7개 증권사 중 담보 부족 계좌 수가 감소한 곳은 1곳 뿐이었다. 다만 절대 숫자는 아직 7월의 10분의 1 수준에 머물렀다.
증권사로부터 돈을 빌려 투자한 ‘빚투족’은 증권사에 담보로 맡긴 주식의 가격이 하락해 담보 부족이 발생하면 주식을 팔아 담보를 채워야 한다. 만약 담보를 채우지 않는다면 다음 날 반대매매가 이뤄진다. 한 증권사 관계자는 “7월 대규모 반대매매가 진행됐던 때와 달리 아직 담보 부족 계좌가 심각한 수준은 아니다”라며 “다만 26일 코스피지수가 3% 이상 급락하고 신저가를 쓴 종목이 많은 만큼 담보 부족 계좌가 크게 늘어 위험 요소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실제로 26일 국내 증시에서 개인들은 4거래일 만에 매도로 돌아섰다. 코스피 시장에서 개인은 총 2449억 원을 순매도했다. 코스닥 시장에서는 1903억 원의 순매도를 기록했다. 개인투자자들의 신용거래융자 잔액 역시 이달 22일 기준 18조 9134억 원으로 8월 5일(18조 8363억 원) 이후 한 달 반 만에 18조 원대로 내려왔다. 신용거래융자 잔액은 하락장이 예상될 때 위험 관리를 위해 빚을 갚을 때뿐 아니라 지수 하락으로 담보 부족이 발생, 반대매매로 주식이 강제 청산되면서 줄기도 한다.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이달 미수금 대비 반대매매 비중은 최고 11.6%로 7월(9.7%)이나 8월(8.4%) 최고점보다 높았다.
증권사의 신용융자 이자율이 최고 10%에 달하는 점 역시 개인투자자들의 어려운 부분이다. 대출 기간 151~180일 기준 유안타증권의 이자율은 10.3%로 가장 높았다. 91일 초과 기준 삼성증권(9.8%), DB금융투자(9.7%), 하이투자증권(9.6%) 등 9%가 넘는 증권사가 19곳에 달한 것으로 전해졌다. 금리 인상 여파로 9월에만 NH투자증권·KB증권·하나증권·대신증권 등 7개 증권사가 이자율을 인상했고 SK증권은 26일부터 인상된 금리를 적용할 계획이다.
한국투자증권은 코스피가 과매도 국면에 진입했지만 반대매매, 달러화 강세 등 추가 하락 요인들이 부담을 더하고 있다고 진단했다.
염동찬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27일 "코스피가 2004년 이후 지수의 장기적 저점 역할을 했던 120개월 이동 평균선을 밑돌았다"며 "12개월 후행 PBR은 금융위기 이후 가장 낮은 수준까지 하락했다"고 분석했다.
염 연구원은 기술적 지표나 밸류에이션은 단기적 과매도 가능성을 시사하지만, 매수로 대응하기에는 주변 환경이 만만치 않다고 분석헀다. 우선 신용 융자와 반대매매 가능성이 투자심리를 짓누르고 있다. 염 연구원은 "유동 주식수 기준의 신용잔고율은 올해 주가 하락에도 불구하고 충분히 낮아지지 않은 상태"라며 "신용 융자율이 5% 이상인 기업의 시가총액 비중은 오히려 연고점과 큰 차이가 없다는 점에서, 반대매매로 인한 주가지수 하락 확대 우려가 존재한다"고 했다.
한국투자증권은 27일 코스피 12개월 후행 주가순자산비율(PBR)이 금융위기 이후 가장 낮은 수준까지 하락한 점을 짚었다. 기술적 지표나 밸류에이션은 단기적 과매도 가능성을 시사하지만, 매수로 대응하기에는 주변 환경이 만만치 않은 상황이라고 평가했다.
여전히 신용잔고율이 높다는 점은 수급 측면의 부담으로 작용한다고 봤다. 특히 유동 주식수 기준의 신용잔고율은 올해 주가 하락에도 불구하고 충분히 낮아지지 않은 상태이다.
염동찬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신용 융자율이 5% 이상인 기업의 시가총액 비중은 오히려 연고점과 큰 차이가 없다”며 “반대매매로 인한 주가지수 하락 확대 우려가 존재한다”고 말했다.
미국의 긴축적 통화정책이 이어지고, 달러화가 강세를 보이며 원·달러 환율이 상승한 점 역시 부정적이라고 봤다. 원·달러 환율과 코스피는 반대 흐름을 보이며, 환율이 1430원을 넘어섰음에도 추가적인 약세 가능성이 존재하는 상태이다.
이어 “주가 지수를 사는 전략은 아직 이르지만, 높은 환율이 실적에 우호적으로 작용하고 다른 업종에 비해 원화 약세가 주가에 미치는 부정적인 영향이 덜한 업종은 대안이 될 수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출처 : 서울경제, 이데일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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