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달업계가 월드컵 특수를 톡톡히 누리고 있다. “축구엔 치킨”이라는 공식에 힘입어 치킨 수요가 폭증하며 배달 건수와 단가가 껑충 오른 것. 덩달아 한동안 자취를 감췄던 고수익 배달 인증글이 관련 커뮤니티에 잇달아 올라오고 있다.
2일 국내 최대 배달 관련 온라인커뮤니티에서는 배달 기사들의 고수익 인증 글이 잇딴 화제를 모았다.
배달기사 A씨는 “일대 11월 정산 입금 완료”라는 제목과 함께 800만원이 넘는 수익을 사진으로 인증했고, 또 다른 배달기사 B씨는 “11월 총 수익이 610만원”이라며 인증 사진을 게재했다.
이 외에도 우리나라 국가대표팀이 출전한 24일(월드컵 1차전)과 28일(월드컵 2차전)을 포함한 지난 6일간 하루 평균 7시간을 일해 110만원을 벌었다는 인증 등도 주목 받았다.
한동안 배달 커뮤니티에서 볼 수 없었던 고수익 인증글이 다시금 늘어난 이유는 계절적 요인, 월드컵 특수 등과 무관치 않다. 일반적으로 배달 단가는 직접 음식을 포장해오거나, 배달 라이딩이 쉽지 않은 한 여름, 한 겨울에 오른다. 실제로 폭염이 기승을 부리던 지난 8월에는 한 라이더가 1000만원에 달하는 수익을 인증해 화제가 되기도 했다.
특히 11월에는 ‘배달 대란’이 벌어질 정도로 치킨 수요가 폭발했던 월드컵 특수가 수익에 큰 보탬이 됐다. 2차전이 있었던 28일 서울 기준 건당 적게는 8000원, 많게는 1만원이 넘는 배달 콜이 들어오며 1시간에 3만~4만원의 수익을 올린 이들이 적지 않았던 것으로 알려졌다.
2022 카타르 월드컵 조별리그 H조 2차전 대한민국과 가나의 경기가 열리는 28일 오후 서울 시내에서 배달 라이더들이 분주하게 이동하고 있다. 연합뉴스
일각에서는 이같은 수익이 기간 한정 특수한 사례인만큼 일반화하기는 어렵다는 지적도 나온다. 실제로 한국노동사회연구소가 지난 4월 최저임금위원회 자문형 정책연구과제로 작성한 ‘플랫폼 노동자의 생활실태를 통해 살펴본 최저임금 적용방안’ 보고서를 보면 배달기사의 월평균 수입은 355만7000원이었다. 구간별로 보면 150만~250만원이 28.6%로 가장 많았고, 250만~350만원이 22.9%로 뒤를 이었다.
2일 배달업계에 따르면, 한국 축구 국가대표 월드컵 조별리그가 열린 지난달 24일과 28일 배달라이더들은 하루 평균 약 50건의 배달을 했다. 배달 라이더에게 는 적게는 5000원부터 많게는 1만5000원이 넘는 가격이 책정됐다. 건당 1만원으로 잡아도 하루 약 50만원의 수익을 올리는 셈이다.
배달업계 관계자는 "월드컵 기간 중 하루 80건의 배달을 달성하는 라이더도 있었다"며 "예전만큼은 아니지만, 월드컵 기간은 평소보다 더 많은 수익을 낼 수 있는 기회"라고 말했다. 관계자는 "열심히 하면 월드컵 조별리그 3경기 동안 100만원의 수익도 낼 수 있는 수준"이라고 말했다.
배달 대행 플랫폼 바로고에 따르면, 우루과이와 경기가 있던 지난달 24일 배달 완료 건수는 전주 동일 요일 대비 18.7%, 가나전이 있던 28일은 전주 대비 37.6% 늘었다.
배달 주문은 경기 시작 2시간 전에 많이 이뤄졌다. 28일 저녁 시간 대(19시~22시) 중 '20시~21시' 사이에 발생한 배달 요청 비중은 전주 동일 요일 대비 4.4%p 상승했다.
치킨 프랜차이즈들의 매출은 급증하지만, 다른 외식업체는 상대적으로 매출이 떨어지는 현상이 벌어진 것이다.
2일 치킨 프랜차이즈업계에 따르면 교촌치킨은 가나전이 열린 지난달 28일 매출이 이전 주와 비교해 150%, 이전 달과 비교해 160% 올랐다. 우루과이전이 치러진 지난달 24일 매출도 이전 주와 비교해 110%, 이전 달과 비교해 140% 증가했다.
타 치킨 프랜차이즈도 매출이 비슷한 추이를 보인다. 제너시스BBQ는 지난달 28일 매출이 10월 말과 비교해 220% 증가했다.
bhc치킨도 지난달 28일 매출이 지난달과 비교해 297% 치솟았다.
앞서 치킨 프랜차이즈 업계는 우루과이전 당시 배달 주문이 폭주하면서 혼선을 빚었다. 그래서 가나전에서는 만반의 준비를 했다.
교촌치킨은 자사 앱에서의 배달 주문을 중단하고 배달앱을 통한 주문만 받았고, bhc치킨은 자사 앱 동시 접속자를 수용할 수 있는 서버를 최대 3배 늘렸다. BBQ도 자사앱 서버를 증설하고 서버를 관리할 수 있는 전문 인력을 배치했다.
이처럼 국가대표 축구 경기가 있는 날마다 치킨프랜차이즈 3사의 매출은 급증했다. ‘월드컵은 치킨’이라는 공식이 이번에도 입증된 셈이다.
특히 이번 월드컵은 이태원 참사의 영향으로 야외 단체 관람보다 집에서 경기를 관람하는 ‘집관족’이 많아진 덕분에 배달 음식이 더 많은 인기를 얻는 것으로 분석된다.
그러나, 치킨 프랜차이즈 이외의 업종에서는 상대적으로 매출이 급감해 ‘월드컵 기간이 빨리 끝났으면 좋겠다’는 하소연까지 나온다.
자영업자들이 주로 이용하는 한 온라인 커뮤니티에는 ‘월드컵 기간 매출이 떨어졌다’는 글들이 우후죽순으로 올라왔다.
분식집을 운영한다는 한 자영업자는 “가나전이 있던 오후 4시 49분 기준 1건만 팔았고 한국 경기가 있을 때마다 매출이 죽을 쓴다”면서 “축구를 좋아하지만, 생계에 영향을 받으니 정신이 뭉개진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배달앱을 봐도 주문 순위 1위~10위가 모두 치킨 가게다. 옆 가게가 치킨집인데 지금도 손님들이 줄 서서 기다린다”고 토로했다.
수제버거 가게를 운영한다는 또다른 업주는 “월드컵 시작하고 그냥 장사를 놓았다. 하루 매출 100만 원에서 반토막 났고 특히 저녁 매출에 직격타를 맞았다”고 하소연했다.
“가게 안에서 월드컵을 볼 수 있도록 프로젝트 빔까지 설치했지만, 손님이 오질 않는다. 넓은 가게에서 친구들과 축구를 보며 술만 진탕 마셨다”며 안타까운 글을 남긴 업주도 있었다.
이처럼 월드컵 특수에서 소외된 업주들의 장탄식에도 불구하고 3일 0시에 열리는 포르투갈전을 앞두고 치킨 프랜차이즈로 다시 한번 주문량이 몰릴 것으로 예상된다. 추운 날씨와 자정으로 예정된 경기 시간 탓에 ‘집관족’은 더 늘어날 전망이다.
2022 카타르 월드컵 포르투갈전을 앞두고 유통업계도 긴장하는 모습이다. 월드컵 시즌이 대목으로 여겨지면서 특수를 잡기 위한 마케팅이 한창이었는데 16강 진출의 ‘경우의 수’가 복잡하게 되면서 결과를 유심히 살피는 중이다. 이번 경기 결과에 따라 이 같은 월드컵 열기가 한순간에 사그라들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한국과 포르투갈의 월드컵 조별리그 H조 3차전은 3일 자정(현지시간 2일 오후 6시) 펼쳐진다. 현재까지 1무 1패로 조 3위인 한국은 3차전에서 포르투갈을 꺾고, 가나와 우루과이의 경기까지 지켜봐야 16강 진출 여부를 알 수 있다.
이에 못지않게 유통가도 셈법이 복잡한 상황이다. 크리스마스 등 연말 전에 월드컵 시즌을 맞으면서 매출 증대를 기대하고 있었는데 이번 경기에서 패할 경우 월드컵에 대한 전 국민적 관심이 순식간에 꺼질 수 있어서다. 실제로 지난달 28일 가나와의 2차전 당시 편의점 CU는 주요 상품 매출이 2주 전과 비교해 최대 3.3배 뛰었다. 세븐일레븐도 카테고리별 매출이 같은 기간과 비교해 최대 200% 올랐고, 이마트24도 이 기간 응원 관련 카테고리 매출이 최대 2.4배 증가했다.
편의점업계 한 관계자는 "우리나라가 16강이나 8강까지 진출한다면 당연히 업체마다 추가 프로모션이 쏟아질 것"이라며 "계속 이겨서 경기를 많이 하게 되면 유통 업계 입장에선 좋은 거지만 반대의 경우 특수를 누릴 기회가 적어져 아쉬운 상황"이라고 말했다.
외식업계도 마찬가지다. 특히 앞선 1·2차전 경기 당시 치킨 배달 수요가 폭증하면서 교촌·bhc·BBQ 등 주요 치킨업계 3사는 평소 대비 주문량이 110~220%까지 뛰었고 치킨 구하기가 하늘의 별 따기가 될 정도였다. 본사와 가맹점들은 이번 포르투갈전 주문이 폭주할 것에 대비해 만반의 준비를 하는 중이다. 반면 한편에선 이런 특수가 이번을 마지막으로 끝날까 봐 노심초사하고 있다. bhc는 치킨 메뉴를 내걸고 한국 대표팀 경기 스코어를 예측하는 고객 이벤트 '대한민국 스코어 분석왕'을 진행 중인데 16강 진출이 좌절될 경우 해당 이벤트도 계속 진행하기 어렵게 된다.
식음료업계도 우리나라의 16강 진출을 간절히 바라는 것은 마찬가지다. 월드컵 시즌에 맞춰 다양한 신제품 출시가 이어졌고 관련 프로모션도 쏟아지는 상황인데 이번 경기를 끝으로 월드컵 열기가 식으면 제품 판매에 탄력을 받기 어렵게 된다. 대형마트도 16강 진출 여부와 관계없이 준비된 할인행사 등을 계속 이어나간다는 방침이지만 추가적인 행사 기회를 놓칠까 봐 마음을 졸이고 있다.
우리나라의 카타르 월드컵 세 번째 경기인 포르투칼전이 3일 자정 예정됐다. 2점차 이상으로 승리해야만 16강 진출 가능성이 열린다.
어려운 승부다. 응원이 절실한 만큼 늦은 시간에도 집관(집+직관)족을 중심으로 경기 관람이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1차(우루과이전), 2차전(가나전)에서 응원 특수를 누렸던 치킨·편의점 업계 역시 이에 대비해 준비를 마쳤다.
2일 BBQ에 따르면 월드컵 응원에 따른 주문 폭증에 대비해 자사앱 서버를 증설했다. 매장 운영 인력을 더 배치하고 원부재료도 확충했다.
bhc치킨은 1차 경기였던 우루과이전을 앞두고 자체앱 서버를 평소 대비 3배가량 증설한 바 있다. 교촌치킨은 자체 앱에서 포장 주문만 받을 계획이다. 배달 주문은 배달앱을 통해서만 받는다. 주문이 밀릴 경우 가맹점주들이 배달 인력을 구하기 어려워서다.
일감이 한꺼번에 몰리는 게 부담이지만 응원 열기 덕에 특수를 누렸다. BBQ의 경우 지난달 28일 가나전 때 매출이 전주 대비 190% 확대됐다. bhc는 같은날 매출이 전주 대비 312% 증가했다. 교촌치킨 매출은 가나전 때 전주 대비 150% 늘었다.
월드컵이나 올림픽 주요 경기에서 치킨 매출이 늘어나긴 하지만 이번엔 배달주문이 몇시간 전부터 어려울 정도로 수요가 몰렸다. 코로나 시기를 거치면서 가족이나 친구가 집에 모여 주문음식과 함께 경기를 응원하는 문화가 확대된 영향으로 보인다.
맥주와 즉석 조리식품 소비가 많은 편의점도 월드컵 특수를 봤다. CU의 경우 지난달 29일 기준 주요 상품 매출이 월드컵 시작 전인 14일과 비교해 최대 3배 이상 확대됐다. 주요 품목은 △맥주 229% △소주 131.9% △안주류 188.9% △냉장즉석식(떡볶이 등) 163.2% 등이다.
GS25도 같은 기간 맥주 매출이 183.3% 늘어나는 등 비슷한 양상을 보였다. 거리응원이 이뤄진 광화문광장 인근 10여점의 경우 점포 하루 매출이 전주 같은 요일과 비교해 최대 53.1% 늘어나기도 했다. 세븐일레븐도 거리응원 덕에 광화문 인근 10개 점포 매출이 같은 시기 30% 증가했다.
이마트24의 경우 지난달 28일 가나전 당시 맥주와 간편 안주 매출이 전주(14일)과 비교해 각각 132%, 139% 확대됐다.
반면 기존 식당가는 월드컵 특수에서 소외된 모습이다. 집관 응원 문화가 확산되며 호프집이나 식당을 찾는 사람이 줄어든 영향이다. 광화문 광장에서 거리 응원이 진행됐으나 시민들이 주로 편의점을 이용해 식당가 매출에는 큰 도움이 되지 못했다.
광화문역 인근에서 횟집을 운영하는 한모씨는 "월드컵 때면 광화문 광장으로 사람들이 몰리지 골목으로는 잘 안온다"고 말했다.
출처: 헤럴드경제, 부산일보, 세계일보, 아시아경제, 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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