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화스와프는 외환위기와 같은 비상시기에 상대국에 자국 통화를 맡기고 상대국 통화나 달러를 받는 계약이다.
추경호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과 스즈키 슌이치 일본 재무상은 이날 도쿄에서 한일 재무장관 회의를 열고, 한일 통화스와프 재개에 합의했다.
이번 통화스와프는 한국 원화를 일본이 가진 달러화로, 일본 엔화를 한국이 가진 달러화로 교환하는 ‘달러 베이스’ 방식이다. 비상시 일본에 원화를 맡기고 달러를 빌려올 수 있게 된다. 시장의 불안을 사전에 막는 심리적 안전판 역할도 장점이다.
한일 통화스와프는 2001년 7월 20억달러(약 2조6000억원) 규모로 시작해 2011년 말 규모가 700억달러(약 92조원)까지 늘었다. 이후 한일관계가 냉각되면서 2015년 2월부터 중단된 상태였다.
이번 한일 통화스와프는 전액 달러화 기반으로 맺어졌다. 비상상황 발생 시 한국이 일본에 원화를 맡기면 일본으로부터 달러를 받는 방식이다. 반대로 일본이 한국에 엔화를 맡기면 한국은 일본에 달러를 준다. 간접적으로 한미 통화스와프 체결 효과를 볼 것으로 분석된다.
체결 규모는 100억달러다. 2015년 2월 양국 간 통화스와프 종료 당시와 같은 규모다. 양국 경제협력을 복원한다는 의미를 담은 것으로 풀이된다.
여기에 두 나라의 금융·외환시장이 위기 상황이 아닌 데다 외환보유액도 비교적 넉넉한 상황이 반영된 것으로 보인다.
한국의 외환보유액은 지난 4월 말 기준 4267억달러로 세계 9위 수준이다. 한국이 1년 안에 외국에 갚아야 할 빚(단기외채)은 약 1737억달러로 이를 2배 이상 웃돌 정도로 외환보유액이 충분한 상황이다. 한국은 외국에 갚아야 할 돈(대외채무 6650억달러)보다 빌려준 돈(대외채권 1조212억달러)이 더 많은 '순채권국'이기도 하다.
한일 통화스와프는 양국의 외교 관계에 따라 부침을 겪었다. 2001년 7월 첫 체결 당시에는 20억달러 규모로 시작했다. 이후 △2005년 30억달러 △2006년 80억달러 △2011년 570억달러(300억달러, 270억달러)로 규모가 확대됐다. 잔액 기준으로 2011년 말 700억달러까지 불어났다. 글로벌 금융위기에 이어 유럽 재정위기가 불거졌을 때다.
하지만 2012년 8월 당시 이명박 대통령의 독도 방문을 변곡점으로 한일관계가 급속히 악화하자 만기 도래한 스와프가 연장되지 않고 차례차례 종료되며 2015년 2월 최종 종료됐다.
정부는 이번 한일 통화스와프 체결이 양국간 유사시 상호 안전장치를 제공함과 동시에 아세안+3 등 역내 경제 및 금융안정에 긍정적으로 작용할 것으로 기대한다.
추 부총리는 "이번 한일 통화스와프는 한미일 등 보편적 가치를 공유하는 국가들과 외환·금융 분야에서 확고한 연대·협력의 틀을 마련한 것"이라며 "이를 통해 자유시장경제 선진국들 간 외화유동성 안전망이 우리 금융·외환시장까지 확대된다는 의미가 있다"고 평가했다.
한일 통화스와프 체결로 한국은 중국, 스위스, 인도네시아, 호주, UAE(아랍에미리트) 등과 총 10건의 통화스와프를 맺게 됐다. 총 규모는 1482억달러+알파다. 캐나다와는 만기와 한도가 없는 상설 통화스와프를 체결한 상태다.
한일 재무장관 "국제무대 공조 확대"…다음 회의는 내년 서울에서
한일 재무장관은 또 이날 회의에서 세계 및 역내 경제상황에 대한 의견을 교환하고 양자 및 다자간 협력강화 방안에 대해서도 논의했다.
두 사람은 세계경제 회복력에 대해 긍정하면서도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의 장기화, 인플레이션 대응을 위한 긴축적 통화정책 유지 등에 따라 하방위험이 교차하며 세계경제에 불확실성이 지속되고 있다고 진단했다. 이에 지정학적 리스크, 공급망 분절, 팬데믹 위협, 개도국 채무 및 금융변동성 확대와 같은 글로벌 복합위기에 책임있는 자세로 공조해 나가기로 했다.
또 G20(주요20개국), G7(주요7개국), 아세안+3 등 국제무대에서도 공조를 확대해 나가기로 했다.
아울러 조세 및 관세 협력 및 인적교류도 확대키로 했다. 이를 위해 한일 세제당국 간 실무협의체를 운영하고 2016년 이후 중단된 관세청장회의도 올해 하반기 한국에서 개최키로 합의했다. 대(對)러시아 및 대북 제재 이행과 전자상거래 문제를 논의할 예정이다.
한편 8차 재무장관회의를 계기로 한국수출입은행과 일본 국제협력은행(JBIC)은 제3국 공동진출 업무협약(MOU)를 체결했다. 두 나라의 기업이 참여하는 제3국 인프라 프로젝트 개발 지원과 경제안보 및 산업경쟁력 강화를 위한 공급망 구축 지원을 추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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