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당도」(단원풍속화첩) : 종이에 담채(淡彩). 27×22.7㎝. 국립중앙박물관. 18세기 후반.
인상 깊은 그림을 대할 때 그것을 창작한 화가의 모습과 인품을 상상해본다. 단원(檀園) 김홍도(金弘道: 1745~?)는 어떤 풍모와 인격을 소유한 것일까. 그는 미남자였다. 사료에 의하면 풍채와 태도가 아름답고, 성미는 너그럽고 신선하다. 그래서 사소한 일에 구애됨이 없는 신선과 같은 인물이었다고 한다. 단원(檀園)은 산수, 인물, 동물과 새를 다룬 영모(翎毛: 새나 짐승을 그린 그림)그림, 신선과 불교계의 인물을 다룬 도석(道釋)인물화, 그리고 풍속화에 이르기까지 다방면에 걸쳐 걸작을 다수 남긴 대가이다.
김홍도는 모두 25점의 풍속화가 들어있는 단원 풍속화집을 남겼는데 여기에 「서당도」를 비롯한 씨름, 타작, 기와 얹기, 빨래터 등 서민들의 삶을 주제로 한 풍속화가 수록되어 있다. 그중 「서당도」는 학창시절의 추억을 떠올리며 미소 지을 수 있는 그림이다.
이 그림은 서당에서 공부할 때 일어난 재미있는 상황을 묘사하고 있다.
훈장 앞에는 한 소년이 눈물을 닦으며 대님을 만지고 있다. 모양새를 보아하니 책을 읽다가 종아리를 맞은 듯하다. 그 꼴이 얼마나 고소하고 우스운지 다른 학동(學童)들은 웃음을 터트리고, 훈장마저 웃음을 참느라고 얼굴선이 울룩불룩해져 있다. 벌써 상투를 틀고 갓을 쓴 애늙은이도 좋아 어쩔 줄 모른다. 이렇듯 훈장의 표정과 아이들의 얼굴, 울고 있는 학동의 책에서 생동감이 느껴진다.
그림을 좀 더 자세히 보자. 단원풍속화첩에 수록된 다른 그림들처럼 빈 공간을 배경으로 역동적인 사선 구도 속에 인물을 배치하였다. 이들은 흰 바지와 흰 저고리를 입고 있다. 옷 주름은 투박하고 변화가 없는 필선으로 표현되어 있으며 동그란 얼굴에 검은 눈동자가 커서 순진해 보이는 눈매를 하고 있다. 간혹 붓을 옆으로 뉜 꼴의 눈[目]을 볼 수도 있지만 이는 김홍도만의 전형적인 소년의 모습이라 할 수 있다.
단원의 풍속화에 등장하는 인물들은 거의 둥글넓적한 얼굴에 동글동글한 눈매, 흰 바지와 흰 저고리를 입은 서민들이다. 요즘 사람들의 감각과 사뭇 다르다. 그러나 누가 보아도 공감하고 쉽게 이해할 수 있는, 그리고 절로 웃음이 나는 친근한 매력의 원동력은 어디에서 나오는 걸까? 그것은 소박한 삶을 사는 서민들에게 눈높이를 맞추었기 때문이고 그래서 인간미가 더 배어나는 것일 것이다.
도판 출처: http://level-b.org/blog/234
출처 : 메토도스 인문과학연구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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