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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술문화

명화 이해하기 (15) 레오나르도 다빈치 - 최후의 만찬

by KS지식 - 문화 YouTube 2022. 4. 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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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오나르도 다빈치는 파라고네를 정확히 이해하고 똑같은 그림을 감상하더라도 감상자에 따라 다르게 보인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 예술 작품이 감상자들에게 미칠 수 있는 효과에 대해 끊임없이 연구했던 레오나르도 다빈치가 감상자의 위치까지 고려해 그린 작품이 바로 ‘최후의 만찬’이다.

▲ <최후의 만찬>-1495~1498년, 프레스코화, 460*879, 이탈리아 밀라노 산타 마리아 델 그라치 수도원


‘최후의 만찬’을 원근법으로 구축된 무대와 같은 공간에 표현한 이유는 공적인 감상을 위한 그림이었기 때문이다. 당시 교회 제단화는 공적인 그림으로 규모가 엄청 컸으며 주요 공방에서 흔하게 거래되는 품목이었다.

레오나르도 다빈치 역시 공적인 그림을 그리기 위해서는 선배나 동료들과 경쟁해야만 했다. 따라서 가정에 거는 그림과 공적인 장소에 거는 그림은 달라야만 했으며 공적인 그림은 감상자 모두의 공감을 얻어야만 했다.

레오나르도 다빈치는 감상하는 사람들의 공감과 참여를 이끌어 내기 위해 치밀하게 계산했다. 그는 원근법의 소실점을 예수 그리스도의 오른쪽 눈 주변으로 모이게 해 제자들과 함께하고 있는 공간이면서도 사건의 주인공은 예수 그리스도라는 것을 나타내고자 했다.

또 복음서 내용 중 가장 드라마틱한 장면으로 손꼽히는, 예수 그리스도가 ‘너희들 중 한 사람이 나를 배반할 것이다’라고 말하는 최후의 만찬에 초점을 맞춰 열두 제자들의 놀라움과 두려움을 드러냈다.

열두 제자의 놀라움과 두려움 묘사

화면 왼쪽에 서 있는 제자는 바르롤로메오다. 그는 흥분해 의자에서 일어났으며 바로 옆에 있는 야고보와 안드레아는 놀라 두 손을 번쩍 들고 있다. 베드로 역시 예수 그리스도의 말씀에 의자에서 일어나 분노한 표정으로 한가운데를 노려보고 있다.

베드로 앞에 앉아 놀라움에 고개를 돌려 뒤를 돌아보는 인물은 유다다. 그는 예수 그리스도의 몸값으로 받은 돈주머니를 움켜쥐고 있다. 유다의 얼굴은 잘 보이지 않지만 돈주머니를 쥔 손이 그의 배신을 상징한다.

화면 오른쪽, 예수 그리스도 옆에 손가락을 들고 있는 남자는 토마인데 그는 예수 그리스도가 부활한 후 그의 몸에 난 상처에 손가락을 넣었다. 레오나르도 다빈치는 후에 그의 행적을 나타내기 위해 손가락을 세워서 묘사했다.

레오나르도 다빈치는 제자들의 이름이 적혀 있는 폰테 카프리아스카의 ‘최후의 만찬’ 모사본을 참고했지만 회화적 효과를 나타내기 위해 이름은 표현하지 않았고 후광은 열려 있는 창문으로 대신했다. 그가 예수 그리스도 뒤에 창문을 배치한 것은 ‘최후의 만찬’이 그려진 장소의 특성을 고려했기 때문이다. 이 작품이 그려진 벽의 천장과 연결부에는 세 개의 아치형 채광창이 있었다.

채광창 가운데 창문에는 레오나르도 다빈치에게 ‘최후의 만찬’을 주문했던 루도비코 스포르차를 상징하는 문장과 부인 베아트리체 데스테의 문장이 그려져 있었다. 루도비코는 ‘최후의 만찬’이 그려진 수도원을 자신의 묘지로 계축하려 했었다.

레오나르도 다빈치는 주문자의 권위뿐만 아니라 이 작품을 매일같이 감상하는 수도사들에게 예수 그리스도의 희생이 있기 전에 이뤄진 성체적 의미를 깨닫게 해주기 위해 빵 조각과 포도주 잔들을 사실적으로 묘사했다.

또한 그는 열두 제자를 네 무리로 나누어 각각의 인물들에 맞는 몸짓과 표정을 정확하게 계산하여 묘사해 마치 현실처럼 느껴지게 연출했다.

 

소설 ‘다빈치 코드’에서 여주인공 소피 느뵈는 레오나르도 다빈치가 그린 ‘최후의 만찬’을 자세히 들여다보고 깜짝 놀란다. 예수 오른쪽에 앉아 있는 인물이 ‘흐르는 듯한 붉은 머리칼과 섬세하게 모아 쥔 손, 살짝 솟은 가슴’을 가진 영락없는 여자였던 것이다. ‘최후의 만찬’은 예수가 제자들과 식사를 하면서 “너희들 중 하나가 나를 배신할 것”이라고 예언한 직후의 미묘한 분위기를 그린 작품이다. 분명 예수와 12명의 제자만 등장해야 할 장면에 웬 여자인가.

지난해 미국 최고의 화제작이었던 소설 ‘다빈치 코드’는 ‘예수는 (신의 아들이 아니라) 인간이고 마리아 막달레나와 결혼해 자식을 뒀다’는 파격적인 가정을 밑바탕에 깔고 있다. 국내에서도 6월 번역 출간된 뒤 지금껏 대부분의 베스트셀러 순위에서 1, 2위를 다투고 있을 정도로 인기다.

소설에 따르면 레오나르도 다빈치는 예수의 숨겨진 비밀을 지켜 온 시온 수도회의 멤버였고 자신의 그림을 통해 후세에 무언가 메시지를 전하려 한다. 그 핵심 메시지가 담겨 있는 그림이 바로 ‘최후의 만찬’이다.

 

○ ‘최후의 만찬’의 미스터리

‘최후의 만찬’에서는 몇 가지 논란이 될 만한 모습이 눈에 띈다.

우선 예수의 오른쪽 옆에 앉아 있는 제자가 여성으로 착각할 정도로 아름답다는 점. 다빈치 코드에 따르면 이 인물은 (예수와 결혼한) 마리아 막달레나다. 수염이 없는 갸름한 얼굴, 흰 피부와 긴 머리가 여성으로 착각할 만하다. 더욱이 예수는 붉은 겉옷에 푸른 망토를 걸쳤고 마리아 막달레나는 푸른 겉옷에 붉은 망토를 두르고 있어서 잘 어울리는 한 쌍으로 보인다. 레오나르도 다빈치는 마리아 막달레나를 그려 놓음으로써 기독교가 예수의 결혼을 숨기기 위해 여성성을 철저히 배제해 왔다는 사실을 은유적으로 나타내려 했다는 것이다.

 

이 인물의 오른쪽 옆에 앉아 말을 걸고 있는 인물은 베드로다. 그는 마리아 막달레나를 향해 위협적으로 몸을 기대며 손을 마치 칼날처럼 펴서 그녀의 목에 들이대고 있다. 다빈치 코드는 이를 예수가 자신의 후계자로 마리아를 지명한 데 대해 베드로가 반발하는 것을 상징한다고 설명하고 있다.

 

그림 왼편 제자들 사이에 불쑥 나온 단검을 들고 있는 손이 누구 것이냐 하는 점도 논란거리. 다빈치 코드는 이에 대해 ‘익명의 손’이라는 이름을 붙였다. 레오나르도 다빈치는 해부학적 지식이 풍부했고 누구보다 인체 묘사가 정확하기로 이름났는데 이 손은 너무나 어색한 위치에 그려져 있다.

이 밖에도 테이블 어느 곳에도 ‘성배(聖杯)’가 보이지 않는다는 지적도 나온다. 다빈치 코드에 따르면 성배는 실체가 있는 게 아니라 ‘임신한 여성’을 나타내는 은유적인 표현이기 때문에 그림에서 보이지 않는다는 것이다.

 

○ 반론들

레오나르도 다빈치 외에도 ‘최후의 만찬’을 다룬 그림을 그린 화가는 많다. 예수가 제자들과 마지막으로 식사를 하는 장면은 그의 생애 가운데 가장 극적인 순간의 하나로 성화(聖畵)의 단골 소재였다.

논쟁의 핵심은 역시 예수 옆자리의 인물이 누구인가 하는 점. 전통적인 해석에 따르면 여성처럼 보이는 이 인물은 사도 요한이다. 사도 요한은 12명의 제자 가운데에서 가장 나이가 어린 미소년이었다. 예수의 사랑을 특별히 많이 받은 제자로 알려져 있어서 최후의 만찬을 그린 다른 화가의 그림에서도 언제나 예수의 바로 옆자리에 앉은 것으로 묘사된다. 심지어 예수의 가슴에 얼굴을 묻고 슬퍼하는 모습으로 그려지기도 했다.

인터넷 백과사전인 위키피디아(www.wikipedia.org)에 따르면 레오나르도 다빈치의 ‘최후의 만찬’은 벽화 상당 부분이 훼손돼 성별을 구분하기 어렵지만 △인물이 입고 있는 옷이 남성복이다 △만약 그가 마리아라면 제자가 11명밖에 안 남는다 △레오나르도 다빈치가 남긴 여러 장의 사전 스케치에도 여성의 얼굴은 없었다는 점 등을 들어 소설적 상상력일 뿐이라고 일축하고 있다.

그렇다면 베드로의 모습은 어떻게 해석될까. 대체적으론 성질 급한 베드로가 예수의 말이 떨어지자마자 “배신자가 누구냐”라고 예수의 옆자리에 앉아 있던 요한에게 묻는 모습이 위협을 가하는 것처럼 보였다는 것이다. 손을 목에 댄 것이 아니라 귓속말을 하기 위해 어깨를 잡은 것이다.

 

‘익명의 손’은 베드로의 손이라는 게 전통적인 견해다. 물론 구도가 어색하긴 하지만 이 칼은 단검이 아니라 식사에 쓰였던 나이프였다. 예수가 체포되기 직전 베드로가 대사제의 종인 말코스의 오른 쪽 귀를 칼로 자르는데 그림이 이를 암시하고 있다는 해석도 있다. 50여년 후 바사노 자코포가 그린 ‘최후의 만찬’에서도 베드로는 칼을 쥐고 있다.

성배가 없다는 점도 별 문제가 안 된다. ‘최후의 만찬’은 제자의 배신과 예수의 희생에 초점을 맞춘 것이기 때문에 구체적인 상황이 생략되는 경향이 많았다. 안드레아 델 사르토의 ‘최후의 만찬’에는 빵을 써는 칼도, 포도주 잔도 보이지 않는다. 오직 빵과 접시뿐이다.

 



출처 : 사이언스타임즈, 동아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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