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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술문화

명화 이해하기 (12) 레오나르도 다 빈치 - 최후의 만찬

by KS지식 - 문화 YouTube 2022. 4. 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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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화 이해하기 (10) 레오나르도 다 빈치 - 최후의 만찬

 

 

최후의 만찬은 배신과 죽음이 오가는 상황 속에서 인간이 만들어낼 수 있는 모든 포즈와 표정이 그려져 있다. 그러나 자세히 그림을 보면 거짓말처럼 모두가 입을 다문 채 침묵의 대화를 벌이고 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돈주머니를 움켜쥔 유다, 예수로부터 천국으로 들어가는 열쇠를 받은 베드로, 하늘을 손가락으로 가리키는 도마, 누가 배신자냐고 묻는 제자들 모두가 표정과 포즈로 말할 뿐 입은 다물고 있다. 그렇다면 자신의 운명을 알고 있는 예수는 어떨까. 예수의 입은 최후의 만찬을 둘러싼 오래된 수수께끼 중 하나이다. 예수가 입을 열고 있는지 여부와, 만약 입을 열었다면 어떤 말을 했을까에 관한 궁금증이다. 열심히 살펴본 결과 어렴풋하게나마 예수가 입을 열고 있다는 느낌이 들었다. 인간의 고통을 외면하는 침묵하는 예수가 아니다. 인류에게 희망의 메시지를 전하려는 예수의 사랑이 열린 입 사이에서 들려오는 듯하다.
   
   예수가 말을 한다고 할 때 대부분의 사람들은 요한복음 13장21절의 내용을 떠올릴 듯하다. “내가 진실로 진실로 너희에게 말한다. 너희 가운데 한 사람이 나를 팔아 넘길 것이다.” 배신자 유다에 관한 말이다. 필자 역시 비슷한 생각을 갖고 있었지만 다빈치의 그림을 보면서 다른 메시지가 있을 것이란 느낌이 강하게 들었다. 마태복음 5장44절의 내용이다. “네가 너희에게 이르노니 너희 원수를 사랑하고 너희를 박해하는 자를 위하여 기도하라!”
   
   최후의 만찬을 찾은 두 번째 이유는 식탁 위의 메뉴를 알아보기 위해서이다. ‘다빈치의 저주’를 불러일으켰을지도 모를, 속(俗)으로서의 관심이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아무리 살펴봐도 ‘모르겠다’이다. 포도주와 빵의 흔적은 발견할 수 있지만 10m 떨어진 곳에서 바라본 접시 속 음식의 정체는 오리무중(五里霧中) 상태로 와닿았다. 마치 누군가 의도적으로 꾸몄는지, 접시 안에 담긴 음식의 경우 훼손 정도가 다른 부분에 비해 한층 더 심하다는 점만이 눈에 들어왔다. 12제자의 얼굴 모습과 예수의 표정도 읽을 수 있지만 유독 접시 속의 음식은 형체를 알아보기 어렵다.
   
   


   최후의 만찬이 그려진 방은 원래 교회 식당으로 활용되던 곳이다. 르네상스 당시 식당은 부엌과 크게 구별되지 않았다. 요리를 한 뒤 곧바로 같은 장소에 모여 먹는 것이 당시 습관이다. 최후의 만찬이 식당 안에 그려졌다는 것은 음식이란 공통분모를 통해 볼 때 너무도 자연스러운 조합이다. 중세와 르네상스 때 그려진 최후의 만찬 성화의 대부분은 교회나 귀족들의 식당 안에 들어서 있다. 최후의 만찬은 맛으로서가 아니라 예수의 고난과 부활을 상징하는 의식으로서의 그림이다.
   
   그렇지만 화려하고 맛있는 잔칫상으로서의 최후의 만찬이 아니라 하더라도 만찬 식탁의 주인공은 분명 음식이다. 맛을 즐기려는 만찬이 아니라지만 굳이 맛이 없는 음식을 식탁에 올릴 이유는 없다. 예수의 피와 살을 의미하는 포도주와 빵이 ‘주인공’이고 그외의 음식도 식탁에 올려졌을 것이다. 최후의 만찬 장면을 묘사한 부분은 성경 곳곳에 등장한다. 누가복음 24장과 요한복음 21장이 가장 유명하다. 두 부분을 종합하면 최후의 만찬에 오른 메뉴의 가닥이 잡힌다. 포도주와 빵 외에 생선이 식탁에 올라와 있다. 두 복음서는 어떤 생선인지 구체적으로 밝히지 않고 있다. 신학적 관심과 관계없이 성경을 열심히 읽거나 다빈치의 최후의 만찬을 자세히 본 사람이라면 메뉴에 대한 궁금증을 지울 수가 없다.
   
   최후의 만찬은 역사적 고증을 통해 이뤄진 성화가 아니다. 다른 화가들처럼, 다빈치의 상상력 속에 그려진 그림이다. 만찬이라고 하지만 그림의 배경을 보면 예수가 로마군에 넘겨지는 밤이 아닌 태양이 비치는 대낮이다. 예수는 십자가에 못 박힌 지 사흘 만에 부활한다. 이후 제자들에게 자신의 부활을 알리면서 세 번이나 함께 식사를 한다. 생선은 부활 후 예수가 먹은 요리 중 하나이다. 따라서 엄밀한 의미에서 최후의 만찬은 부활 후 제자들과 함께 식사를 나눈 세 번째 만남에 해당한다고 볼 수 있다. 다빈치가 만찬의 배경을 대낮으로 잡은 이유는 부활 이후 예수의 식사라는 의미 때문이라 해석할 수도 있다.
   
   
   뱀장어 요리는 부활의 음식?
   
   필자의 눈으로는 확인하기 어려웠지만, 이탈리아의 미술 전문가들은 최후의 만찬 속에 등장하는 식탁 위 메인코스가 뱀장어 요리라고 단정한다. 예수 앞에 놓인 큰접시에는 아무것도 없지만, 예수를 중심으로 왼쪽 네 번째 안드레와 오른쪽 세 번째 빌립 앞 큰 접시에 담긴 음식이 잘게 썬 뱀장어 요리라는 것이다. 얇은 레몬도 뱀장어 요리 주변에 장식돼 있다고 한다. ‘뱀장어 결정론’은 여러 가지 배경에서 설명되지만 다빈치의 개인적 취향이 가장 큰 이유로 지적된다. 다빈치 자신이 뱀장어 요리를 즐겼기 때문이다. 다빈치가 그림을 그린 1490년대, 밀라노의 인기 요리 중 하나가 뱀장어이다. 원래 뱀은 기독교 문화권에서는 이브에게 사과를 넘긴 원죄의 상징이다. 아프리카 북부와 스페인 남부의 무슬림권에서 즐기는 음식이 뱀장어이다. 필자 판단으로 밀라노까지 뱀장어 요리가 인기를 끈 것은 1492년의 스페인 그라나다 함락과 관련이 있지 않을까 싶다. 무슬림 최후의 철옹성인 그라나다가 스페인에 함락되면서 오늘날의 유럽 전체가 기독교권으로 재편된다. 승리감으로 인해 무슬림에 대한 경계가 풀어진다. 그동안 부분적으로 받아들여지던 무슬림 상류층이 즐기던 문화가 본격적으로 넘어온다. 오늘날과 같은 ‘정력’으로서가 아니라 적을 제압한 징표로서의 요리가 뱀장어이다.
   
   밀라노는 피렌체와 더불어 당시 유럽의 뉴욕과도 같은 곳이다. 밀라노 귀족들 사이에서 뱀장어 요리가 유행한다. 이탈리아 역사학자들에 따르면 다빈치는 예술만이 아니라 쇼핑노트도 열심히 기록한 인물이라고 한다. 자신이 먹는 음식과 재료 구입에 관한 기록도 열심히 남겼다. 최후의 만찬을 그릴 당시 뱀장어 요리 구입에 관한 기록이 곳곳에 나온다. 유행에 민감한 다빈치는 밀라노 귀족들이 즐기는 뱀장어 요리에 관심을 갖게 된다. 최후의 만찬의 내용이 포도주·빵·생선으로만 기록된 상태에서 다빈치가 뱀장어 요리를 적당히 끼워넣은 것이다. 따라서 예수가 생전에 뱀장어 요리를 먹었을 가능성은 극도로 희박하다.
   
   

▲ 예수 왼쪽 제자 안드레 바로 앞의 접시에 놓인 요리도 뱀장어로 추정한다.


   나폴리는 이브에 뱀장어 요리를 먹는다
   
   참고로 르네상스 당시의 뱀장어 요리는 빵 위에 얹어 먹는 스페인 타파스(Tapas) 스타일이었을 것으로 추정된다. 일본의 뱀장어처럼 굽거나 삶은 뒤 소스를 뿌려 먹는 것이 아니라 내장을 없앤 뒤 삶아서 레몬을 뿌려서 빵 위에 얹어 먹는 식이다.
   
   900초 관람을 마친 뒤 밖으로 나오자 대기하는 동안 얘기를 나눴던 직원이 나타났다.
   
   “영혼을 구제받았는가?”
   
   “음식에 눈이 멀어서 영혼까지 생각할 틈이 없었다. 뱀장어 요리를 먹고 싶은데 어디가 제일 좋은 레스토랑인가?”
   
   교회 직원은 크게 웃으면서 이탈리아에서 제일 잘한다는 곳을 추천해줬다. 자신의 고향이라는 나폴리 한복판에 있는 레스토랑이다. “뱀장어 요리는 밀라노에서 찾아보기 어렵다. 나폴리에 가야 먹을 수 있다. 정확히 12월 24일 크리스마스 이브 심야에 먹는 나폴리 음식이 뱀장어 요리이다. 예수의 탄생인 동시에 부활을 의미하는 것이 뱀장어이다.”

 

출처 : 주간조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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