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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술문화

명화 이해하기 (13) 라파엘로 - 아테네학당

by KS지식 - 문화 YouTube 2022. 4. 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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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원전 5세기 말 플라톤이 세운 학당인 아카데미아가 배경. 철학자 현자 학자 거물이 총출동했다. 로마 바티칸 교황 서명실 벽화 중 가장 유명하다.

중앙을 보자. ‘윤리학’ 책을 손에 든 제자 아리스토텔레스(오른쪽)와 ‘티마이오스’ 대화편을 옆구리에 낀 스승 플라톤이 논쟁 중이다. 두 사람은 사제 간이면서 경쟁했는데 그런 정황은 손짓에서도 감지된다. 플라톤은 손가락으로 하늘을, 아리스토텔레스는 손으로 땅을 가리켰다. 신비·경험주의(플라톤)와 이상·행동주의(아리스토텔레스)가 충돌하는 듯하다. 플라톤 얼굴은 실제론 사실상 레오나르도 다빈치 얼굴이다. 다빈치에 대한 존경심을 그렇게 표현했다.

플라톤 입장에서 오른쪽, 한 무리가 보인다. 칼 차고 투구·갑옷 차림인 알키비아데스(소크라테스 연하 애인, 아테네 군인·정치가) 앞에서 소크라테스가 손가락을 꼽아가며 열심히 설명한다. 그 옆에서 딴청 피우는 푸른 옷 남자는 아이스키네스(아테네 웅변가). 그림 왼쪽 아래쪽엔 피타고라스가 열심히 공식을 적는데 뒤편 남자가 미간을 찡그리며 베끼는 걸 모르는 듯하다.

오른편 하단 컴퍼스를 쥐고 허리 굽힌 남자는 유클리드(그 얼굴은 성베드로 성당 건축가인 도나토 브라만테), 지구의를 들고 등을 보인 이는 천문학자 프톨레마이오스, 그 앞 별자리본을 든 수염 기른 남자가 자라투스트라(고대 페르시아 조로아스터교 창시자). 계단 중간에 기대 앉은 노인은 철학자 디오게네스, 계단 앞쪽 왼손으로 머리를 받치고 사색 중인 남자는 헤라클레이토스인데 미켈란젤로 얼굴을 그려 넣었다. 그림 하단 오른쪽에서 갈색 모자를 쓰고 관람자를 보는 이가 라파엘로 본인이다. 고대 그리스 사회가 띤 다양성이 절로 느껴진다.

 

 

 컴퍼스를 손에 쥔 인물은 고대 그리스의 수학자 중 유클리드이거나 아르키메데스라고 알려져 있다. 둘 중 누구든 요즘 흔한 ‘수포자(수학을 포기한 사람)’들에게는 달갑지 않은 이름일 것이다. 눈금 없는 자와 컴퍼스로 온갖 도형을 그리다 지친 이들은 유클리드가 원망스럽겠고, 어려운 문제를 풀고 ‘유레카’를 외친 적이 없다면 아르키메데스 또한 야속하기만 할 테니 말이다.

라파엘로 산치오, 아테네 학당 중 유클리드 혹은 아르키메데스, 1509년, 프레스코화, 바티칸 교황청의 서명의 방 소재.

교황 율리우스 2세의 주문을 받아 교황의 개인 집무실을 장식한 이 벽화는 오늘날 '아테네 학당'이라고 불리지만 그림 속에는 사실 아테네뿐 아니라 그리스 문명권 각지 출신에, 서로 다른 시대의 학자들 50여 명이 뒤섞여 세계의 원리를 설명하고 있다. 이 장면의 맞은편, 왼쪽 하단에는 수(數)가 세상의 근원이라고 설파한 피타고라스가 앉아있으니 살면서 진정 수학을 피해갈 수는 없는 모양이다.

라파엘로는 이 수학자의 얼굴에 선배 건축가 브라만테의 초상을 넣었다. 그림을 그릴 당시 20대 중반에 불과했던 라파엘로는 그로부터 많은 가르침을 받았다고 한다. 그러고 보니 서로 다른 표정과 손짓을 하며 그를 둘러싼 어린 제자들에게도 눈길이 간다. 완전히 터득하여 탄복하는 이도 있고, 어느 정도 이해를 한 뒤 차근히 되짚어 보는 이가 있는가 하면, 무슨 소린지 도통 모르겠다는 듯 어리둥절한 채 동료들을 올려다보는 이도 있다. 흔들리는 눈동자와 문제를 가리키는 절박한 손가락을 보니 ‘수포자’임에 틀림없다. 아마도 그를 위해 노학자가 여전히 허리를 펴지 못한 모양이다.

 

출처: 국제신문, 조선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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