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하반기 역전세 대란이 나타날 수 있다는 우려가 지속해 나오고 있다. 지난해부터 주택 매매가와 전셋값이 동반 하락하면서 전세보증금을 돌려주지 못하는 집주인들이 늘 거라는 우려다.
이런 와중에 최근 서울을 중심으로 전셋값이 반등하는 흐름을 보여 관심이 쏠린다. 전문가들은 서울의 경우 부동산 시장이 연착륙하면서 전셋값 하락세 역시 눈에 띄게 둔화하고 있다고 분석한다. 특히 최근 전셋값이 반등한 아파트 시장은 앞으로 역전세 우려가 다소 완화할 수 있다는 전망이다.
다만 빌라와 오피스텔 등 비아파트의 경우 당분간 리스크가 지속할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최근 정부가 이와 관련해 추진하는 전세보증금반환대출 규제 완화가 이런 리스크를 줄일 수 있을 것이라는 분석이다.
한국은행은 최근 '금융·경제 이슈분석(6월): 깡통전세·역전세 현황 및 시사점'을 통해 전국의 역전세 위험가구 비중이 절반에 달한다는 분석을 내놨다. 역전세는 전세 시세가 기존 전세보증금보다 낮은 경우를 의미한다.
한은에 따르면 전국의 잔존 전세 계약 중 역전세 위험가구 비중은 지난해 1월 25.9%(51만 7000가구)에서 올해 4월 52.4%(102만 6000가구)로 급증한 것으로 나타났다. 서울에서도 역전세 위험 가구 비중이 48.3%(27만 8000가구)로 나타났다.
매매시세가 기존 전세보증금보다 낮은 '깡통전세'도 급증하는 추세다. 전국의 남은 전세 계약 중 깡통전세 위험가구 비중은 지난해 1월 2.8%(5만 6000가구)에서 지난 4월 8.3%(16만 3000가구)로 크게 늘었다.
최근의 주택시장 흐름이 지속할 경우 전세보증금 미반환이 늘어나고 주택 시장의 하방 압력으로까지 이어질 수 있다는 분석이다.
서울 아파트 역전세난 완화…정부 규제 완화 '촉각'
올해 들어 역전세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가 지속해 나왔다. 특히 지난 2021년 전셋값이 급등할 당시 계약한 전세 만기가 올해 하반기에 몰려 있다는 점에서다.
다만 올해 들어 서울 아파트 시장을 중심으로 집값 하락세가 둔화하고 최근에는 반등 흐름까지 보이면서 분위기가 다소 달라지고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서울의 경우 전셋값 역시 반등하고 있는 만큼 역전세 우려가 완화할 수 있다는 전망이다.
실제 한국부동산원에 따르면 서울의 전셋값은 최근 2주 연속 상승세를 기록했다. 지난 5월 넷째 주(22일 기준)에 서울 아파트 전셋값은 전주보다 0.01% 오르며 52주 만에 상승 전환한 바 있다. 이어 지난주(5월 29일 기준)에는 변동률이 0.05%를 기록하며 상승 폭이 더욱 커졌다.
주간 전세가 변동률 추이. /그래픽=비즈워치.전세 수요가 늘면서 매물도 줄고 있는 흐름이다. 부동산 빅데이터 플랫폼 '아실'에 따르면 지난 5일 기준 서울의 아파트 전세 매물은 3만 5709건으로 석 달 전(4만 9112건)에 비해 27.3% 줄어든 것으로 나타났다.
전문가들은 이런 흐름에 따라 그간 지적돼 온 역전세난에 대한 우려가 다소 완화할 수 있다고 분석했다.
김인만 부동산경제연구소장은 "그나마 서울의 경우 전세가율이 낮은 편이어서 상대적으로 안정적이라고 판단하는 것으로 보인다"며 "서울에서도 아파트 시장 등 가격이 많이 떨어지지 않을 지역으로 수요가 이동하는 것으로 풀이된다"고 설명했다.
권일 부동산인포 리서치팀장은 "올해 초만 해도 집값이 계속 떨어지니 역전세 우려가 굉장히 컸는데 최근 서울을 중심으로 하락세가 멈춘 지역들이 나타나면서 우려가 조금 줄어든 건 사실"이라고 분석했다.
다만 최근 전세사기 등으로 문제가 되는 빌라나 오피스텔의 경우 리스크가 완화하기까지는 시간이 필요할 거라는 전망도 나온다.
권 팀장은 "빌라의 경우 전세사기 등으로 여전히 불안한 요소가 있다"며 "아파트 시장에서 안정화하는 흐름이 이어질 경우 빌라 시장도 차츰 안정화할 수는 있겠지만 시간을 더 걸릴 수 있다"고 전망했다.
최근 정부가 역전세난을 막기 위해 관련 대출을 완화하는 등의 움직임도 변수가 될 전망이다.
추경호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지난달 30일 기자간담회에서 "전세금 반환보증 관련 대출에서 선의의 어려움을 겪는 분들이 많을 것으로 보고 제한적으로 대출 규제를 완화하는 부분을 검토하겠다"고 언급한 바 있다.
빌라 등을 중심으로 전세 수요가 크게 줄어드는 가운데 돌아오는 하반기부터 최악의 역전세난이 도래할 가능성이 높아 우려가 커진다.
수도권의 경우 2021~2022년 전셋값이 고점을 찍은 후 하락세를 유지하는 지역이 많은데, 가뜩이나 시세는 내린 상황에서 전세사기 등으로 수요가 줄면서 기존 세입자에게 보증금을 돌려주지 못하는 경우가 늘어날 전망이다.
6일 한국은행이 내놓은 보고서 '깡통전세·역전세 현황 및 시사점'에 따르면 잔존 전세계약 중 깡통전세 위험가구 비중은 지난해 1월 2.8%(5만6000가구)에서 지난 4월 8.3%(16만3000가구)로 크게 증가했다. 역전세 위험가구 비중은 같은 기간 25.9%(51만7000가구)에서 52.4%(102만6000가구)로 늘었다.
깡통전세는 매매시세가 기존 전세보증금보다 낮은 경우, 역전세는 전세시세가 보증금보다 낮은 경우를 말한다. 지역별로 보면 서울의 깡통전세 및 역전세 위험가구 비중이 각각 1.3%, 48.3%였다. 경기·인천은 6.0%와 56.5%였다.
4월 기준 깡통전세에 해당하는 주택 36.7%는 올 하반기, 36.2%는 내년 상반기에 각각 만기도래하는 것으로 추정된다. 집주인이 집을 팔아도 세입자에게 보증금을 온전히 내주기 어려운 것이다.
역전세난은 비단 빌라, 다가구주택에만 해당하는 얘기는 아니다. 강남권 유명 아파트단지에서도 1~2년 전보다 전세 시세가 급락한 경우가 적지 않다.
국토교통부 실거래가시스템에 따르면 서초구 반포동 반포자이 전용면적 84㎡는 지난 4월21일 13억원(13층)에 전세계약이 이뤄졌다. 지난해 5월19일 22억원(9층)에 비하면 9억원이 낮아진 것이다. 서초구 일대는 2990가구 규모의 반포동 래미안원베일리가 올 하반기 입주를 앞두고 있는 등 입주물량 영향에 전셋값이 하락세를 지속하고 있어 전세시장 약세는 지속될 전망이다.
다만 최근들어 핵심지 아파트 매매가격이 다시 반등하고 있어 아파트의 경우 깡통전세의 우려는 덜하다. 오히려 시중금리가 안정되면서 월세로 쏠렸던 수요가 일부 전세로 돌아서는 모습도 나타난다. 역시 문제는 빌라 전세시장이다.
박원갑 KB국민은행 부동산수석전문위원은 "전국 아파트 전세가격 고점은 표본조사 통계 기준 2022년 1월, 실제 고점 계약은 2021년 4분기~2022년 3분기까지 많았기 때문에 재계약이 돌아오는 2년 뒤가 올 하반기에서 내년 상반기"라며 "이 여파로 역전세난은 국지적으로, 비성수기일수록 지속될 수 있다"고 했다. 박 수석전문위원은 "기준금리가 내리고 아파트 시장이 활기를 띠면 역전세난은 다소 완화될 여지도 있지만 상품별로 차이가 날 수 있다"며 "비아파트 시장일수록 수요와 공급의 불일치가 당분간 나타날 수 있어 다세대, 다가구주택 등은 아파트보다 전세시장의 회복 속도가 상대적으로 늦어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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