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찰은 폐쇄회로(CC)TV 영상과 신고자 진술 사이에 개연성이 충분히 있다고 판단한 데 따른 결정이었다며 최근 논란이 된 사건과는 결이 다르다는 입장을 내놨다.
◇"짧은 반바지 입고 쭈그려 앉았다가"…20대 남성 '공연음란죄' 입건
8일 경기 화성동탄경찰서 등에 따르면 지난해 8월쯤 60대 여성 A 씨는 화성시 영천동 한 거리에서 반려견과 함께 산책을 하고 있었다.
이 과정에서 우연히 20대 남성 B 씨와 마주쳤고, B 씨는 이내 쭈그려 앉아 A 씨 반려견과 교감을 나눴다.
그런데 갑자기 A 씨가 화들짝 놀라며 도망치기 시작했다. 이어 112에 전화를 걸어 ''어떤 남성이 제 강아지를 만지면서 특정 부위(성기)를 보였다"고 신고했다.
신고 접수 시각은 오후 8시 7분, 꽤 늦은 시간이었으나 해가 늦게 지는 여름인 데다 가로등까지 켜진 상태여서 주변이 비교적 밝았다.
덕분에 신고를 받고 출동한 경찰은 사건 현장 인근 CCTV 영상을 통해 당시 상황을 어렵지 않게 확인할 수 있었다.
하지만 B 씨는 이미 자리에서 떠나고 없는 상태였다. 이에 따라 경찰은 B 씨를 공연음란 혐의로 입건하고, 소환해 조사하는 등 본격적인 수사를 벌였다.
그 결과, 당시 B 씨가 속옷 없이 반바지만 입은 상태였으며 반바지 길이가 상당히 짧았다는 점 등을 파악하는 데 성공했다.
B 씨는 그러나 경찰 조사에서 "A 씨 강아지를 쓰다듬은 건 맞지만, 일부러 (성기를) 보여준 적은 없다"며 혐의를 부인했다.
그럼에도 경찰은 B 씨 혐의가 충분히 인정된다고 보고, 기소 의견으로 검찰에 송치했다. 다만 검찰은 증거 불충분을 사유로 B 씨를 불기소 처분했다.
(경기 화성동탄경찰서 홈페이지 게시판 갈무리)
◇ 경찰 '성범죄 수사' 피해 또 폭로…"갓 제대한 아들 성추행범 몰았다"
그러던 지난달 28일 경기 화성동탄경찰서 자유게시판에 '작년 우리 자녀도 똑같은 일을 여청계에서 당했습니다'라는 제목의 글이 올라왔다.
지난달 23일 20대 남성에게 성범죄자 누명을 씌웠다는 논란을 일으킨 이른바 '동탄 헬스장 화장실 사건'이 발생한 지 5일 만에 나온 또 다른 피해 사례다.
해당 글 작성자 C 씨는 "여청계 여성 수사관님 작년 거의 같은 일이 있었다는 걸 기억하시느냐"며 "군에서 갓 제대한 우리 아들을 성추행범으로 몰고 가셨다"라고 운을 뗐다.
이어 "무죄추정의 원칙은 고사하고 조사 과정 중 증거도 없이 허위 자백할 때까지 유도신문과 동료 수사관의 성적수치심 일으키는 발언 등(을 한 사실을) 나중에야 알게 됐다"고 주장했다.
그는 경찰이 첫 조사 당시 B 씨에게 반바지를 입혀 보고, 성기가 전혀 노출되지 않는다는 사실을 확인하고도 성적수치심을 일으키는 발언을 했다고 거듭 강조하기도 했다.
C 씨는 "결국 최종진술서를 제가 편철 요청했으나 조사관은 검찰 기소했고, 이후 무혐의 받았다"며 "이후 또 기소했는데 또 무혐의 났다"라고 말했다.
이어 "저는 당신들을 무고와 형사법 관련 고소할까 생각했지만 더 이상 이런 일에 매달리기 싫어 그만뒀다"고 부연했다.
그러면서 그는 경찰이 국민의 안전과 생명, 재산을 보호하는 무거운 책임을 진 공직자라는 점을 재확인하며 이번 사건을 '모해위증'에 비유했다.
C 씨는 "당신들 실적은 모르겠고, 앞날이 창창한 친구들을 그렇게 만들고 싶느냐"며 "신고에 의존해 증거 없이 없는 죄를 자백하라고 하는 건 모해위증에 가까운 범죄 아니냐"고 물었다.
아울러 "당신들의 조사 관행을 보면 이런 일이 더 생길 거란 걸 그 당시 느꼈다"며 "범죄를 단정 짓고 범인으로 몰고 가는 당신들에게 (경찰) 자격이 있는지 스스로에게 물어보라"고 꼬집었다.
ⓒ News1 김영운 기자
◇ 경찰 "'동탄 헬스장 화장실 사건'과 본질 달라…개연성 충분히 있었어"
이를 두고 경찰은 '동탄 헬스장 화장실 사건'과는 본질이 다르다는 입장을 밝혔다. CCTV 영상과 신고자 진술 사이에 개연성이 충분히 있다고 판단해 내린 결정이었다는 이유에서다.
경찰 관계자는 "CCTV상 피해자가 깜짝 놀라 도망치는 장면과 피해자 진술 등을 종합해 봤을 때 혐의가 충분히 인정됐었다"며 "그래서 기소 의견으로 송치하기로 결정했었다"고 설명했다.
검찰이 불기소 결정을 내린 데 대해선 "공연음란죄가 성립하려면 고의가 있어야 한다"며 "검찰은 설령 (성기가) 보였다고 하더라도 고의가 없었다고 본 것 같다"고 덧붙였다.
현행 형법 제245조(공연음란)는 공연히 음란한 행위를 한 자는 1년 이하의 징역, 500만 원 이하의 벌금, 구류 또는 과료에 처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건전한 성 풍속 보호'를 법익으로 하는 공연음란죄는 기본적으로 '공연성'과 '음란성'이라는 요건을 충족해야만 성립한다.
공연성은 불특정 또는 다수인이 지각할 수 있는 상태를 말한다. 반드시 다수의 사람이 음란한 행위를 목격해야만 하는 건 아니다. 그 행위를 목격할 수 있는 가능성만 있어도 공연성은 인정된다.
음란성은 일반적으로 성욕을 자극해 성적 흥분을 유발하고 정상적인 성적 수치심을 해치는 등 성적 도의 관념에 반하는 행위로 해석한다.
만약 행위자가 음란한 의도나 목적을 가지고 있지 않았다고 하더라도 사회 평균인 입장에서 이를 음란하다고 평가할 수 있다면 처벌 가능하다.
경찰 관계자는 "C 씨가 주장한 유도신문과 성적수치심을 유발하는 발언을 한 사실은 없다"며 "당시 B 씨 조사를 여성 수사관이 했는데, 상식적으로 남성을 상대로 그런 말을 했겠느냐"고 해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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