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모리 반도체 시장이 얼어붙으면서 관련 기업의 3분기 실적이 부진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메모리 업계에선 미국 마이크론테크놀러지와 대만 난야의 실적 발표를 시작으로 다수 기업의 실적이 수면 위로 떠오르며 이같은 전망이 현실화할 것으로 본다. 삼성전자의 3분기 영업이익 전망치는 11조원대까지 떨어진 상황이다.
29일 반도체 업계와 증권가에 따르면 마이크론은 이날(현지시간) 2022년 회계연도 기준 4분기(올해 6~8월) 실적을 발표한다. 마이크론은 3분기 실적을 발표한 올해 6월만 하더라도 4분기 실적이 68억~76억달러(약 9조7036억~10조8452억원)일 것으로 봤다. 하지만 업황 부진이 심화하면서 실제 실적이 예상치를 밑돌 수 있다고 지난달 전망을 수정한 바 있다. 마크 머피 마이크론 최고재무책임자(CFO)는 자사 행사를 통해 반도체 수요가 광범위하게 줄어들고 있다며 우려를 표하기도 했다.
마이크론과 함께 메모리 반도체 기업 중 실적 발표가 빨라 업계 실적 풍향계로 불리는 난야 역시 3분기 전망이 어둡다. 대만 매체 디지타임스 아시아에 따르면 난야는 올해 7, 8월 매출이 모두 감소했다. 8월엔 전월 대비 22.2% 감소한 1억1130만달러(약 1588억원)를 기록했다. 난야의 경우 이미 2분기에 매출과 영업이익이 전년 동기와 비교해 각각 20% 넘게 줄어든 바 있다.
메모리 반도체가 주력인 국내 반도체 업계도 3분기 전망이 갈수록 악화하고 있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는 3개월 전만 하더라도 3분기 영업이익 전망치가 각각 17조원대, 4조원대에 이르렀지만 최근 들어 12~13조원대, 2조원대를 머물고 있다. 전체 매출에서 메모리 비중이 90%가 넘는 SK하이닉스 타격이 더 심한 셈이다. IBK투자증권은 27일 삼성전자의 3분기 영업이익이 전분기보다 17.6% 감소한 11조6240억원일 수 있다며 이미 줄어든 증권가 전망치를 또 하향 조정했다.
반도체 시장에서 3분기는 통상 성수기로 꼽힌다. 하지만 올해는 물가 상승(인플레이션)에 글로벌 경기 둔화, 수요 부진, 재고 증가, 반도체 가격 하락 등이 연쇄적으로 영향을 미치며 기업들 실적에 암울한 전망을 더하고 있다. 반도체 안에서도 메모리 반도체 시장의 업황 부진이 특히 두드러지면서 관련 기업의 시름을 더하고 있다. 세계반도체시장통계기구(WSTS)는 올해 메모리 시장 성장률을 18.7%에서 8.2%로 하향 조정한 바 있다. 최근 환율이 1400원을 넘어가면서 환차익에 따른 실적 상승 효과가 예상되지만 이 역시 한정적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미국 웨스턴디지털은 3분기 실적이 19%가량 감소할 것으로 내다본다. 낸드플래시 가격 하락이 두드러지면서 수익에 영향을 미치고 있다는 평가다. 데이비드 게클러 웨스턴디지털 최고경영자(CEO)는 이달 거시 경제 상황이 좋지 않다며 "점점 더 어려워지고 있다"고 발언하기도 했다. 시장조사업체 트렌드포스에 따르면 3분기와 4분기 낸드 가격은 각각 전분기보다 최대 18%, 20% 줄어들 전망이다.
삼성전자가 메모리 반도체 가격 하락과 출하량 부진으로 3분기 시장 기대치를 밑도는 실적을 거둘 전망이다. 키움증권은 연말·연초 메모리 공급 업체들의 자본적 지출 감소(CapEx cut)와 가동률 조정이 본격화되면 삼성전자 주가 반등의 계기가 될 수 있다며 목표주가 7만5000원, 투자의견 매수를 유지했다.
28일 박유악 키움증권 연구원은 보고서에서 “삼성전자의 3분기 실적이 매출액 77조7000억원, 영업이익 11조5000억원으로 시장 컨센서스인 매출액 78조2000억원, 영업이익 12조2000억원을 하회할 것”이라고 밝혔다.
보고서에 따르면 SDC(디스플레이)와 MX(스마트폰) 부문은 성수기 효과로 인해 전 분기 대비 실적이 증가하지만 메모리 반도체의 경우 부진한 출하량과 가격 하락으로 인해 전 분기 대비 큰 폭의 실적 감소가 나타날 전망이다.
DRAM은 고객들의 재고 감축 영향이 크게 반영되며 가격과 출하량이 동반 하락하고 NAND는 가격 급락으로 인해 전 분기 대비 -11%포인트의 영업이익률 감소를 보일 전망이다.
키움증권은 삼성전자의 4분기 실적으로 매출액 76조원과 영업이익 8조6000억원을 전망했다. 각각 시장 기대치인 매출액 77조7000억원, 영업이익 10조6000억원을 밑도는 수준이다.
박 연구원은 “DS(반도체) 부문 중 메모리는 출하량 회복이 예상됨에도 불구하고 가격 급락으로 인해 수익성이 급감할 것으로 보인다”며 “MX 부문 역시 비수기 판매량 감소와 마케팅 비용 증가 등으로 인해 전 분기 대비 부진한 실적을 기록할 것”이라고 분석했다.
삼성전자가 내년에도 상저·하고의 실적 흐름을 보이면서 전년대비 25% 감소한 36조5000억원의 전사 영업이익을 기록할 것이라는 것이 키움증권의 예측이다.
박 연구원은 “경기 불안감으로 인해 발생된 고객들의 급작스런 재고 조정이 반도체 업황을 뒤흔들고 있다”면서 “최근 2년 동안의 공급망 불안으로 인해 높여놨던 재고의 감축 움직임이기 때문에 그 여파가 예상보다 더욱 크고 깊게 나타나는 중”이라고 분석했다.
이어 “ 올 하반기 메모리 반도체의 가격도 우리의 예상치를 크게 하회할 것으로 예상된다”면서도 “고객들의 재고 조정이 내년 1분기를 지나면서 마무리 지어질 것으로 기대되고 올 연말·연초에는 메모리 공급 업체들의 CapEx cut과 가동률 조정이 본격화될 가능성도 높다”고 내다 봤다.
그러면서 “이는 삼성전자 주가의 반등 트리거 포인트로 작용할 것으로 판단된다”며 “반도체 업종 톱픽으로 매수 추천한다”고 덧붙였다.
국내 증시를 대표하는 반도체주가 추락하고 있다. 삼성전자에 대해 증권가가 제시한 목표주가와 실제 주가의 차이는 50% 가까이 벌어졌다. 경기침체에 따른 IT기기 수요 부진 우려가 커지면서 주가가 더 떨어질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삼성전자는 9월 들어 지난 27일까지 9.21% 하락했다. 지난 26일에는 5만3500원까지 떨어지며 52주 신저가를 갈아치웠다. 지난 21일(5만5000원), 22일(5만4300원), 23일(5만4200원)을 기록하는 등 나흘 연속 신저가를 경신했다.
지난해 12월 8만원에 달했던 삼성전자 주가는 지난 8월26일(고가 6만900원)을 마지막으로 한달째 5만원대에 머무르고 있다. 마이크론, AMD 등 글로벌 반도체 기업의 주가도 부진한 상황이어서 4만원대로 떨어지는 게 아니냐는 우려도 제기된다.
거듭된 주가 하락에 증권사가 제시하는 목표주가와의 차이(괴리율)도 벌어지고 있다. 27일 기준 국내 20개 증권사가 제시한 삼성전자 목표가는 7만9750원이다. 지난주 8만4425원에서 최근 일부 증권사가 눈높이를 낮추면서 8만원 아래로 떨어졌지만 27일 종가(5만4200원)와의 괴리율은 47.5%에 달한다.
금융정보업체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삼성전자의 3분기 영업이익은 12조7076억원으로 전년동기대비 19.66% 감소할 전망이다. 글로벌 경기침체에 PC, 모바일 등 IT기기 수요가 줄면서 실적과 재고 등 이중 부담에 직면한다는 분석이다.
이승우 유진투자증권 연구원은 "팬데믹 특수로 호황을 누렸던 IT 내구재 수요가 본격 둔화하면서 락다운에 대비해 비축해 놨던 부품 재고는 오히려 부담이 되고 있다"며 "경제 환경 변화로 IT 예산 집행도 차질을 빚으면서 메모리칩 주문이 이례적 수준으로 급감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출처: 아시아경제, 한국정경신문, 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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