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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술문화

롯데월드타워 클라이밍, 클라이머의 티어3급이라고? 불법을 저지할 방법 없나? 벌금은?

by KS지식 - 문화 YouTube 2023. 6. 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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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송파구 ‘롯데월드타워’에 또 다시 ‘스파이더맨’이 등장했다. 고층 건축물을 전문으로 오르는 영국 출신 조지 킹 톰슨이 허가를 받지 않은 채 롯데월드타워 건물 외벽을 오르다 붙잡힌 것이다. 123층, 555m로 세계에서 5번째로 높은 건물인 롯데월드타워는 초고층 건물 암벽가 등의 무모한 도전으로 골머리를 앓고 있다.

12일 오전 7시 49분쯤, 한 외국인 남성이 서울 송파구 롯데월드타워 외벽을 등반하고 있다는 신고가 송파소방서로 접수됐다. 자료=송파소방서

12일 경찰과 롯데물산 등에 따르면 이날 오전 7시 49분쯤 롯데월드타워 보안팀이 건물을 무단으로 기어오르는 남성을 발견해 경찰에 신고했다. 소방 당국은 소방차량 12대와 인원 69명을 동원해 73층에서 남성을 구조했다. 1999년생 영국인으로 알려졌던 이 남성은 서울 송파경찰서로 인계됐는데, 본지 취재 결과 초고층 건물 등반가 조지 킹 톰슨으로 확인됐다. 그는 영국에서 가장 높은 건물인 샤드 빌딩을 오르다 붙잡혀 3개월을 복역한 전력도 있다.

12일 서울 송파구 롯데월드타워를 오르던 영국인 남성이 경찰에 체포됐다. 이 남성은 영국 출신의 초고층 빌딩 등반가 조지 킹 톰슨인 것으로 알려졌다. /독자 제공

롯데월드타워를 맨손으로 오르겠다는 꿈을 가졌던 것은 이 남성 뿐만이 아니다. 지난 2018년에는 ‘프랑스의 스파이더맨’이라는 별명을 가진 암벽등반가 알랭 로베르가 맨손으로 외벽을 타고 오르다가 경찰에 붙잡혔다. 그는 2018년 6월 6일 오전 7시 55분, 롯데월드타워 외벽에서 발견됐다. 소방차 14대, 소방관 65명이 투입돼 등반을 중단하라고 설득했지만 그는 3시간 30분만인 오전 11시쯤 75층에서야 등반을 멈췄다. 로베르는 현행범으로 체포돼 업무 방해 혐의로 불구속 입건됐다.

 
비탈리 라스카로프 인스타그램 캡처.

롯데월드타워 건축이 한창이던 2016년에는 ‘도시의 닌자’로 불리는 우크라이나 사진작가 비탈리 라스카로프가 롯데월드타워 꼭대기 공사 현장 구조물에서 찍은 사진을 올려 비상이 걸렸다. 라스카로프가 한국에 입국한 사실을 알게 된 롯데물산은 당시 건물 곳곳에 “이들을 발견하는 즉시 신분을 확인하고 안전상황실로 연락하기 바란다”라는 내용을 붙이기도 했다.

롯데월드타워를 오르는 김자인 선수./롯데물산

하지만 현재까지 롯데월드타워 외벽을 공식 등정한 사람은 우리나라 클라이밍 선수 김자인씨 뿐이다. 지난 2017년 김자인은 롯데월드타워 외벽에 인공 손잡이(홀드)를 설치하지 않고 건물의 자체 구조물과 안전 장비만을 이용해 1층부터 123층까지 오르는 데 성공했다. 그가 롯데월드타워 123층, 555m를 오르는데 걸린 시간은 2시간 29분 38초였다.

 

12일 영국인 조지 킹톰프슨 씨(24)가 높이 555m의 서울 송파구 롯데월드타워 외벽을 허가 없이 맨손으로 오르다 경찰에 붙잡혔다. “정상에서 뛰어내리며 비행하는 건 6개월 전부터 계획한 오랜 꿈”이라고 밝힌 그는 현재 출국 금지돼 경찰 조사를 받는 상황. 도심 속 ‘스파이더맨’들이 처벌과 추락의 위험까지 감수하면서 고층 건물에 오르는 이유는 뭘까.

롯데월드타워가 많은 ‘어번 클라이머(Urban Climber·건물 외벽 등반가)’들의 ‘버킷리스트’로 꼽히는 등 인기를 끌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동아일보 취재팀은 12, 13일 이틀간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와 전화로 전 세계 어번 클라이머 5명을 인터뷰했다.

이들은 모두 “롯데월드타워 정상에 꼭 오를 것”이라고 입을 모았다. 이처럼 롯데월드타워에 도전하겠다는 의사를 공공연하게 내비치고 있는 어번 클라이머들이 늘면서 건물을 관리하는 롯데물산 측에선 골머리를 앓고 있다.

지상 123층, 높이 554.5m로 세계에서 6번째로 높은 롯데월드타워 전경. 동아일보DB

● 롯데월드타워, 어번 클라이머들의 ‘인기 명소’로 부상

알렉시 랑도 씨(23)가 프랑스 파리에 위치한 프랭클린 타워를 오르는 모습을 시민들이 지켜보고 있다. 랑도 씨 제공어번 클라이머들 사이에서 롯데월드타워가 인기를 끄는 건 전 세계에서 6번째로 높은 건물이라는 상징성과 대중의 주목을 끌기 쉽다는 점 때문이다. 먼저 등반에 성공한 건물들은 훈장으로 남기도 한다. 지난해 9월 영국 런던의 ‘더 샤드’(The Shard·310m)에 오르며 지명도를 얻은 애덤 록우드 씨(22)는 “다른 등반가가 먼저 롯데월드타워에 올랐다는 뉴스를 접했을 땐 질투심이 들 정도였다”고 떠올렸다.

롯데월드타워가 인기 명소로 부상하는 이유 중에는 등반 난도가 낮다는 점도 한몫하고 있다. 100만 명의 SNS 팔로어를 보유한 클라이머 알렉시 랑도 씨(23)는 동아일보와의 통화에서 “홈의 깊이와 간격, 중간에 쉬거나 포기할 수 있는지 등을 기준으로 난이도를 3단계로 분류하는데 롯데월드타워는 그중 제일 쉬운 1단계에 속한다”고 설명했다. 실제로 롯데월드타워처럼 난도가 낮은 편으로 분류되는 스페인 바르셀로나 ‘호텔 글로리에스’ 건물은 업계에서 ‘입문 코스’로 소문이 나 해마다 많은 클라이머들이 찾고 있다고 한다.

일부 어번 클라이머들은 반감을 줄이기 위해 대중에게 메시지를 전달하겠다는 명분을 내세우며 건물을 오르기도 한다. 클라이머들 사이에서 전설로 꼽히는 알랭 로베르 씨는 2018년 남북 관계 진전을 기념하기 위해 롯데월드타워를 올랐다고 밝힌 바 있다. 그는 16일 동아일보와의 통화에서 “앞으론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전쟁에 관한 메시지를 내고 싶다”면서도 “다만 각국 정부와 언론이 나의 행보에 민감하게 반응하고 있어 당분간은 어려울 것”이라고 말했다.

무엇보다 어번 클라이밍의 매력은 정상에 올랐을 때의 만족감이다. 미국 뉴욕의 한 고교생 잭 아자리아(18)는 롯데월드타워를 비롯해 전 세계 여러 고층 건물들의 설계도를 구해 등반 루트를 연구하는 중이다. 졸업 후 곧바로 세계 여행을 떠날 것이라는 아자리아는 “높은 곳에 대한 두려움을 이겨내고자 건물에 오르기 시작했다. 정상에 올랐을 때의 만족감은 말로 표현할 수 없을 정도로 크다”고 등반 이유를 설명했다.

알렉시 랑도 씨(23)가 프랑스 프랭클린 타워 꼭대기에 도착한 모습. 그는 약 45분 만에 115m에 달하는 건물을 완등했다. 랑도 씨 제공

● 붙잡혀도 처벌 수위 약해…“재발 방지 대책 필요”

국내 건물 외벽 등반이 반복되면서 처벌 규정을 보다 명확히 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해외에서는 공공 불법 방해, 무단 침입 등으로 이들을 처벌하는 경우가 다수다. 하지만 한국은 벌금에 그치거나 처벌 수위가 비교적 약한 ‘업무 방해’나 ‘건조물 침입’ 등 혐의를 적용하고 있다. 2018년 롯데월드타워를 오르다 붙잡힌 알랭 로베르 씨는 업무방해 혐의로 입건됐지만 롯데물산 측에서 처벌을 원하지 않아 11시간 만에 무혐의로 석방됐다.

법무법인 호암의 신민영 변호사는 “(이번 사건의 경우) 통유리로 돼 있는 건물 내 거주하는 사람들이 등반가로 인해 불안해한 점들을 고려해 상식적인 선에서 건조물 침입죄가 인정될 가능성이 높다”며 “처벌 수위 등을 높여 재발을 방지하는 방안이 필요하다”고 했다. 반면 법무법인 한중의 채다은 변호사는 “대중을 단순히 불안하게 하는 행위만으로 향후에도 이 같은 등반을 제재할 법적 근거는 부족하다”고 밝혔다. 이어 “건물 관리자의 안전 관리 의무를 강화하는 등 규정을 통해 우회적으로 건물 외벽 등반을 방지하도록 하는 방안을 고민해봐야 한다”고 했다.

롯데물산 측은 어번 클라이머들로 인해 난감한 분위기다. 롯데물산 측은 “비슷한 문제가 반복돼 유감”이라며 “재발 방지를 위해 1층에서부터 진입이 불가능하도록 건물 구조를 보수하는 방안을 논의 중”이라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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